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인의 지혜 129 삼십육계(三十六計) - 敗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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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4.02.19 14:53:19

- 제31계: 미인계(美人計) - 미녀로 상대방을 유혹하다

원문 : 兵强者, 攻其將; 將智者, 伐其情. 將弱兵頹, 其勢自萎. 利用御寇, 順相保也.
(병강자, 공기장; 장지자, 벌기정. 장약병퇴, 기세자위, 이용어구, 순상보야 )

해석 : 상대방의 병력이 강할 때는 그 장수를 공격하고, 상대가 현명할 경우에는 감정을 자극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상대를 억제하고 자신의 실력을 보존한다.



미인계는 말 그대로 미인을 이용하여 적을 약화시키거나 패하게 한다는 계책으로, 이를 최초로 기록한 것은 춘추시대 초기의 ‘한비자(韓非子)’의 글에서 유래하였다. 이후 진나라의 병서인 ‘육도(六韜)’에 ‘상대방의 신하들을 어지럽게 하려면 미녀를 사용하여 유혹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중국의 역사에 많은 미인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중 중국 역사에서 손꼽는 4명의 미녀들이 있는데 서시(西施)와 초선(貂蟬), 왕소군(王昭君)과 양귀비(楊貴妃)를 들 수 있다. 이들의 미(美)를 비유하여 ‘폐월수하(閉月羞花), 침어낙안(浸魚落雁)’이란 말이 생겨났는데, 폐월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이 동탁과 여포의 갈등을 일으켜 동탁을 처치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초선의 미모에 놀라 달이 부끄러워 숨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수화는 당나라의 현종 때 유명했던 양귀비를 표현한 것, 양귀비의 미모에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침어는 춘추시대의 서시를 표현한 것으로 미인계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이도 하다.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오나라와 월나라는 서로 사이가 나빴다.

오나라에게 패한 월나라의 왕 구천의 충신이었던 범려는 수년 동안 서시를 훈련시켜 오나라 왕 부차에게 바쳤다. 여자를 좋아하던 오나라의 왕은 서시의 아름다움에 미혹되어 정치를 태만히 하고 대규모 공사를 일으켜 신하들과 백성들이 등을 돌렸고, 결국 이로 인해 나라가 망했다. 그 서시의 아름다움이 물고기가 그녀의 미모를 보고 가라앉았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낙안이라는 별명을 가진 왕소군은 한(漢)나라 때의 미인이었다. 당시 한나라는 북방의 흉노족에게 시달리고 있었는데 흉노족과 화친하기 위해 미인을 선발해서 흉노족의 왕과 결혼 하도록 하였다. 왕소군 이 초원을 지나가면서 멀리 날고 있는 기러기를 보고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거문고를 연주하자 기러기 무리가 그 소리를 듣고 왕소군을 바라보고 미모에 놀라 날개짓하는 것을 잊어버려 땅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낙안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중국의 역사에는 위에서 언급된 4명의 미인들뿐만 아니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여인들이 등장한 다. 중국 최초의 봉건국가를 이룩했던 주나라도 포사라는 미인으로 인해 멸망했고, 역사의 굽이굽이마 다 숨겨져 있는 미인들이 그 역사를 바꾸는 원인을 제공하였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다. 즉, 여자로 인해서 나라가 기운다 혹은 망한다는 의미인데, 수년 전 개봉되었던 적벽대전이라는 영화에서도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한 이유를 미인계라고 묘사하고 있다. 중국의 속담에 ‘영웅은 미인을 넘기 어렵다(英雄難過 美人關)’라는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