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 중국인의 지혜 128 삼십육계(三十六計) - 幷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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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4.02.12 15:22:16

- 제30계: 반객위주(反客爲主) -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하다

원문 : 乘隙揷足, 扼其主機, 漸之進也 (승극삽족, 액기주기, 점지진야)
해석 :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어 치명적인 부분을 장악한 후, 점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반객위주’의 계책은 36계에 있어서 매우 탁월한 계책의 하나로 사용되어왔다. 마치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고 자신이 주인 행세를 한다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주객전도(主客顚倒)와도 같이 사용되곤 한다. 군사적으로 혹은 전쟁 중에는 자신의 수동적 지위를 주동적 지위로 바꾸는 계책이기도 하며, 이 계책을 통해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우선 적을 맞이하였을 때, 적의 허점을 면밀히 분석한 후 자신의 세력을 밀어 넣고 적의 수뇌부나 치명적인 부분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후 기회를 틈타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중국의 역사에서 보면 자신의 동맹이나 혹은 우군의 원조를 틈타 자신이 전체적인 세력을 장악 하여 실력을 키울 때도 사용되기도 하였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원소(袁紹)가 하내(河內)라는 곳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양식이 부족하여 걱정하고 있었다. 이때 오랜 친구이던 한복(韓馥)이 이를 알고, 사람과 양식을 보내 원소의 어려움을 덜 어주었다. 그러나 원소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원조해주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는 자신의 참모인 봉기(逢紀)의 말을 듣고 양식 창고인 익주(翼州)를 점령하기로 결심하였다.

원소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한복의 우정을 배신하고 손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공손찬(公孫瓚)에게 그와 함께 익주를 공격하자고 서신을 보냈다. 공손찬은 호시탐탐 이 지역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동의하였 다. 원소는 동시에 한복에게 사람을 보내어 공손찬과 원소가 함께 익주를 공격하면 익주를 지키지 못할 것이니, 오랜 친구인 원소와 동맹을 맺어 공손찬에게 대항해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한복은 원소에게 양식도 제공했고 또 오랜 친구라는 것에 기대어 원소가 익주성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다. 원소는 성에 들어온 후 겉으로는 한복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암암리에 익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이때에야 한복이 원소의 의도를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결 국 한복은 성에서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여 목숨을 부지하였다. 바로 이것이 주인과 객이 뒤바뀌는 전형 적인 ‘반객위주’의 계책이 성공한 사례이다.

이 계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상대방의 모든 빈틈을 찾아내야 한다. 둘째, 그 빈틈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야 한다. 물론 이때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도를 들켜서는 안된다. 셋째, 상대방의 가장 중요한 핵심 기관을 장악해야 하며,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 넷째, 상대방을 스스로 단념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이 계책을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언제 당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계책은 친구나 혹은 동맹을 배신하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자신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장악할 경우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반대로 자신의 것을 잘 지키지 못하고 소홀히 할 경우 오히려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도덕성을 운운하고 상대방을 욕해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자신을 지키는 노력이 부족하고 방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