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 중국인의 지혜 125 삼십육계(三十六計) - 混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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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email protected]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4.01.15 14:10:12

- 제27계: 가치부전(假癡不癲) - 어리석은 척하지만 미친 척은 하지 말 것

원문 : 寧僞作不知不爲, 不僞作假知妄爲. 靜不露機, 雲雷屯也
(녕위작불지불위, 불위작가지망위. 정불로기, 운뢰둔야)

해석 : 가식으로 모른 척하고 행동을 취하지 않을지언정, 아는 척하고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
냉정을 유지하고, 진정한 의도를 노출하지 않는 것이 마치 구름 속에 숨어있는 벼락과 같아한야다 .



이 계책은 ‘좌전, 희공 2년’에서 유래되었으며, 군사적으로도 많이 운용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조조와 유비간의 천하 영웅을 논하는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유비는 당시 자신의 실력이 도저히 조조에게 미치지 못하자 자신을 감추고 있었다. 하루는 조조가 유비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술을 마시면서 당대의 영웅을 말해보라고 하였고 유비가 몇 명의 사람들을 말하였다.

이때 조조는 “천하의 영웅은 너와 나 둘 뿐이다(天下英雄, 只有我和你兩個人)” 라고 소리쳤고 이에 놀란 유비는 젓가락을 떨어트렸으나 마침 벼락이 쳐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비가 취한 행동이 바로 이 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가장 큰 적수는 사마의였다. 사마의 역시 제갈량과 같이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며 조조를 보필하였고, 이후 조비의 밑에서도 많은 공을 세워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였다. 이후 위나라의 명제(明帝)가 임종을 앞두고 당시 8살이던 태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대장군 조상(曹爽)과 사마의에게 후일을부탁하였다. 조상은 자신이 황족인 것을 내세워 사마의를 압박하였고 군권을 빼앗았다. 자신의 실력이 약한 것을 알고 있던 사마의는 일단 참기로 결심하고 늙고 병들었다는 핑계로 조정을 은퇴하였다. 이때 자신의 두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도 함께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조상은 여전히 사마의를 의심하였고 자신의 부하였던 이승(李勝)을 형주의 자사로 임명하고 인사를 핑계로 사마의를 방문하여 동정을 살피도록 하였다. 이를 눈치챈 사마의는 급히 침대에 올라가 머리를 산발로 풀어헤치고 침대에 누운 뒤 두 명의 하녀들에게 자신의 시중을 들도록 하였다. 이승이 사마의의 침실에 들어가자 사마의는 병색이 완연했고 옷을 입는데 손을 떨어 혼자서 입지 못하고 하녀들이 도와서 간신히 옷을 입을 정도였다. 이 모습을 본 이승은 속으로 기뻐하면서도 말로는 “오늘 내가 형주로 떠나면서 인사를 왔는데 이렇게 병이 심하셔서 걱정입니다”라고 말하자 떨리는 목소리로 “병주는 여기서 북방
이고... 부디 조심하세요”라고 말하는데 이제 귀도 잘 안 들려서 형주와 병주도 구별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승은 조상에게 돌아와 사마의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고 보고하였고, 조상은 이제 내가 마음 편히 잘 수 있겠구나라고 하였다. 그러나 하루는 조상이 임금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러 문무관원들을 데리고 도성을 떠나 밖으로 나왔다. 이를 안사마의는 자신의 옛 부하들을 동원하여 조상을 사로잡았고, 처형하였다. 이후 위나라의 모든 권력은 사마씨에게 넘어갔고 위, 촉, 오 삼국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사마의의 전략이 가치부전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세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또 다른 용어로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있다.

그 의미는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중국의 유명한 지도자 덩샤오핑이 자신의 실력이 충분할 때까지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협력하는 외교 전략으로도 사용되었다. 이후 실력을 쌓은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와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G2 국가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