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중국인의 지혜118-2 중국, 중국인의 지혜 : 삼십육계(三十六計) - 混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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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3.11.13 14:02:47

-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 - 솥단지 밑의 장작을 꺼내다.

혼전계(混戰計)는 36계를 6계로 나누었을때 네 번째에 해당되는 계책이다. 이 혼전계는 상대방과 자신, 혹은 여러 세력이 뒤엉켜 있는 상황을 이용하거나 고의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하는 계책들을 말한다. 부저추신 계책은 상대의 주력을 피하고 배후에서 공격하거나 측면에서 음모를 꾸며 상대가 알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어 적을 공격하여 승리를 취히는 것이다. 마치 끓는 가마솥 밑에 있는 장작을 하나 하나 빼내어 더 이상 물이 끓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이 상대방이 방심하도록 하는데 있다.

이 계책의 성공 여부는 상대의 약점과 모순을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는가에 달려있다. 춘추시기에 노나라는 공자(孔子)를 등용시켜 국가의 기틀을 바로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경쟁의 대상이던 이웃 국가인 제나라의 경공은 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제나라의 대부이던 여미가 경공에게 공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제나라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간언하였다. 여미는 “사람이 배가 부르고 따뜻하면 음욕이 일고 가 난하면 도둑질할 마음이 생깁니다”라고 말하면서 노나라의 경공이 여자를 좋아하니 주색에 빠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묘안을 내었다.

이를 들은 경공은 전국에서 80명의 미녀를 선발해 춤과 노래를 가르친 후 노나라에 보냈다. 노나라의 왕은 신하들과 의논하였는데 당시 재상이던 계사 또한 여색을 밝히고 있어 서로 의기투합하여 이를 받아들였다. 80명의 미녀에 빠진 왕은 정사를 돌보지 않았고 심지어는 조회조차 열지 않았다. 공자는 왕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탄식을 하였다. 공자의 제자이던 자로가 노나라의 왕이 주색에 빠져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떠나야 한다고 공자에게 간청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교제가 있으니 그때까지만 기다리자고 하였다. 결국 교제의 날에도 왕은 비록 참석하였으나 대충 제를 올리고 바로 자리를 떠나 미인들과 놀기 위해 돌아가 버렸다. 이를 본 공자는 하늘을 보고 탄식을 하며 관직을 버리고 춘추 열국을 주유하게 되었다. 정사를 돌보지 않고 주색에 빠진 왕으로 인해 노나라의 국력은 점차 쇠약해져갔고, 결국 멸망의 길에 이르고 말았다.

이 계책은 장작을 꺼내서 물이 끓는걸 멈추게 하고, 풀을 벨 때는 뿌리를 없애야 한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는데, 상대방이 강할 때는 정면으로 충돌하기 보다는 배후에서 계략을 꾸며 상대방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 계책은 워낙 교묘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도 힘들고 설사 이를 파악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정치판에서 상대 진영의 핵심인물에 대해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고 여론을 호도할 경우 실제 그렇지 않다고 해도 치명적인 손상을 피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는 이와 유사한 계책으로 부저추신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절대로 우리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부터 이 계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부저추신의 계책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 정보를 흘리는 등 아주 치명적인 독화살과 같기 때문에 상대방 이 웬만큼 경계해선 막을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선 항상 자신을 경계하고 돌이켜 볼 줄 아는 능력과 아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