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 중국인의 지혜 116 삼십육계(三十六計) - 攻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1:30
Views
338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3.10.23 14:38:06

- 제1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 잡기 위해서는 놓아주어야 한다.

원문 : 逼則反兵, 走則減勢. 緊隨勿迫, 累其氣力, 消其鬪志, 散而後擒, 兵不血刃.
(핍즉반병, 주즉감세. 긴수물박, 루기기력, 소기투지, 산이후금, 병불혈인)
번역 : 상대방을 너무 핍박하면 오히려 공격할 수 있으므로, 적을 압박하여 사기를 저하시켜 포기하기를 기다리면 희생없이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육금고종의 계책은 원래 노자(老子)의 제36장에 나오는 말로, “잡으려면 풀어주라”는데서 연유하고 있다. 이후 전국시대(戰國時代)의 합종연횡으로 유명한 소진과 장의의 스승이던 귀곡자(鬼谷子)의 모략(謀略)편에도 이와 유사한 계책이 등장한다.

이 계책의 ‘잡다(擒)’ 와 ‘놓아주다(縱)’는 상호모순으로 보이지만 실제 운용에 있어서 ‘잡다’는 것이 목적이 되고 ‘놓아주다’는 이를 위한 방법론을 의미한다. 상대방을 너무 강하게 핍박하면 반드시 죽기 살기로 저항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여 저항의지를 약화시키고 자신의 희생을 줄이고 적을 제압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그 줄의 강약을 조절하여 대어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욕금고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삼국지의 제갈량이 남만(남쪽 오랑캐)의 맹획(孟獲)을 복종시킬 때 사용되었고, 후세의 사람들은 이를 제갈량의 ‘칠종칠금(七縱七擒)’이라고 부른다. 위, 촉, 오의 삼국시대에 제갈량은 중원지역을 쟁취하기 위해 수차례 군대를 동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남쪽 지역에 있는 오랑캐가 문제가 되었다. 북쪽으로 군대가 진격하는 동안 국내를 지킬 수 있는 병력이 부족하게 되고 이 기회를 틈타 오랑캐가 공격하게 되면 오히려 큰 화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갈량은 이러한 화근을 완전히 제거하고 북벌에만 집중할 수 있기 위해 남쪽의 오랑캐를 복종시키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당시 남쪽 지역에는 맹획이라는 오랑캐 장군이 있었는데 용감하고 충직하여 그 주위 부족들의 높은 신망을 쌓고 있었다.

제갈량은 맹획과의 전투에서 군대를 매복시키고 일부러 패한척 도주하자 이를 추격해왔다. 매복한 군대에 사로잡힌 맹획은 “나는 남자답게 죽겠다”라고 자신을 죽이라고 소리쳤지만 제갈량은 오히려 맹획을 놓아주었고 자신의 군대를 보여주었다. 맹획은 다시 한번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돌아갔다.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온 맹획은 직접 제갈량의 군대를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야간에 기습공격을 통해 이길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야간 기습을 감행하였다. 그러나 제갈량은 이미 맹획의 마음을 읽고 이를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또 한번 맹획을 생포하였다. 제갈량이 이제 패배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맹획은 이를 수긍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갈량은 또 한번 맹획을 놓아주었다.

이렇게 맹획을 잡았다가 놓아주기를 일곱 번이나 거듭하였다. 결국 맹획은 자신이 제갈량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진심으로 항복 하였고, 제갈량은 군대를 철수 시켰다. 이후 힘을 집중해서 중원을 점령할 수 있었다.

실제 제갈량이 맹획을 죽이거나 그 지역을 강제적으로 점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원을 차지한다는 더 큰 목적을 위해 맹획을 살려두고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계책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한 우리를 스스로 성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