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중국인의 지혜115 중국, 중국인의 지혜 : 삼십육계(三十六計) - 攻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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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3.10.02 14:59:10

- 제14계: 차시환혼(借屍還魂) - 타인의 주검을 빌려 영혼을 되돌리다

원문: 有用者, 不可借; 不能用者, 求借. 借不能用者而用之, 匪我求童蒙, 童蒙求我.
(유용자, 불가차; 불능용자, 구차. 차불능용자이용지, 비아구동몽, 동몽구아)
번역: 유용한 것을 빌릴 수 없을 때, 쓸모없는 것을 빌려 이를 이용해 자신의 것을 만들 수 있다.

이 계책은 원나라의 시기의 연극에 나오는 내용인데 원래는 중국 고대의 민간소설에서 빌려온 것이다. 옛날에 이현(李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도교의 신선중 하나인 태상노군(太上老君)을 스승으로 삼아 도를 닦고 불로장생을 배우고 있었다. 하루는 태상노군의 부름을 받고 육신은 그대로 두고 영혼만 빠져나갔다.

그는 자신의 제자를 불러 7일 이후에 돌아올테니 그 사이에 자신의 육신을 잘 보고 있으라고 분부하였다. 제자는 매우 조심스럽게 스승의 육신을 지키고 있었는데 6일째 되는 날 제자는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스승의 시신이 6일이 지났고 호흡도 하지 않고 몸도 딱딱하게 굳어 있어 이미 죽었다고 판단하고 시신을 불에 태워버리고 집으로 가버렸다.

그러나, 7일이 지난 후 돌아온 이현은 제자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육신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영혼으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 찾다보니 마침 길에 막 죽은 거지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시신을 아직 사용할 수가 있자 급한 마음에 우선 영혼이 이 시신에 들어갔다. 막 죽은 거지는 봉두난발에 한쪽 다리도 절고 있었다. 이현은 걷기 위해서 쇠로 만든 지팡이에 의지해 걷기 시작했는데, 이후 그의 이름은 잊혀지고 ‘쇠지팡이 이씨’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차시환혼’의 의미는 사람이 죽은 후에 그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시신을 빌어 부활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이미 몰락했거나 혹은 패배한 세력이 다른 형식을 빌려서 다시 등장하거나 부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적으로는 자신이 수동적인 입장이거나 혹은 실패를 했더라도 모든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서 능동적이고 주동적인 입장으로 국면을 전환시켜 자신의 목적을 도달할 때 이를 ‘차시환혼’ 계책이라고 부른다.

삼국지에 보면 조조와 손권, 그리고 유비가 위촉오(魏蜀吳) 삼국을 형성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중 유비가 근거지로 삼은 곳이 익주(益州)인데, 익주를 차지한 계책이 바로 ‘차시환혼’이다. 유비는 조조의 군대에 계속 패배해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 순간 마침 익주의 태수였던 유장의 신하가 조조가 파촉(巴蜀: 이후 촉나라의 근거지)을 공격할지 모르니 유비를 데려오자고 건의하였다. 유장은 4000명의 병사를 유비에게 주고 이 지역을 방비해 줄 것을 간청하였다. 유비는 지리적 위치와 자원이 풍부한 촉을 탐내었고, 마침 자신이 조조에게 패배하여 어려운 지경이었으므로 기쁘게 그 청에 응하였다.

이후 유비는 익주에서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자신의 실력을 키워갔다. 조조가 손권을 공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유비는 유장에게 만명의 병사를 청하였다. 그러나 유장이 4천 명의 병사만 주자 이를 핑계로 유장을 공격하였다. 유장은 유비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점차 세력이 약화되었다. 이때 제갈량과 관우, 장비가 익주로 들어와 가세하였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유장은 저항을 포기하고 유비에게 투항하였다.

유비는 조조에게 패해 세력이 멸망하기 이전에 이렇게 익주를 손에 넣고 기사회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을 근거지로 삼국의 하나인 촉을 세우게 되었다. 이 계책은 비록 현재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상황의 변화에 자신을 변화시켜 생존과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