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중국인의 지혜105 중국, 중국인의 지혜 : 삼십육계(三十六計) - 勝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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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3.07.10 15:17:44

- 제4계 : 이일대로(以逸待勞): 자신을 감추고 적을 피곤하게 하다

원문: 困敵之勢, 不以戰; 損剛益柔(곤적지세, 불이전; 손강익유)
번역: 적을 곤궁에 빠뜨리는 것은 전쟁을 통하지 않고도 적을 약화시켜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다.

이 계책은 손자병법의 군쟁편 (孫子兵法, 軍爭篇)에 나오는 것이다. 적군의 사기가 높으면 장수의 사기도 높게 된다. 마치 해가 아침에 뜰때 강력한 기운을 가지지만 저녁이 되면 그 기운이 약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군사를 잘 사용할 줄 아는 장군은 적군이 사기가 높을 때를 피하고 사기를 꺽어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일대로(以逸待勞)’의 뜻 풀이를 해보면 ‘일(逸)’은 ‘숨기다, 감추다, 드러내지 않다’ 의 의미로 자신의 실력이나 자신의 실체를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로(待勞)’는 ‘상대방이 피곤해지기를 기다린 다’는 뜻이다.

즉,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상대방이 피곤해지기를 기다려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든 이후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계책을 사용한 많은 이야기 중에 ‘관포지교(管鮑之交)’ 로 유명한 포숙아(鮑叔牙)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인 기원전 684년에 제나라는 포숙아를 대장으로 삼아 대군을 이끌고 노(魯)나라를 공격하도록 하 였다. 제나라는 지금 산동성의 수도인 제남 주변에 자리하고 있었고, 노나라는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있었다. 포숙아의 군대가 노나라의 북쪽까지 진격하자 노나라는 조열(曹茢)이라는 장군으로 하여금 이를 막도록 명령하였다. 그러자 조열 장군이 왕에게 묻기를 “왕은 무엇으로 제나라와 싸우시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노나라의 왕이 “내가 일생을 백성들을 위해 일했고, 이번 전쟁도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조열 장군은 “제가 나가서 승리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전쟁터에 출정하였다. 당시 기세등등했던 포숙아가 이끄는 제나라의 군대는 노나라의 군대를 보자 크게 사기를 올리며 거세게 공격 하였다.

그러나 조열 장군의 명령을 받은 노나라의 군대는 수비만 할 뿐 이에 응수하지 않았다. 다시 하루가 지나 제나라의 군대가 거칠게 공격해왔다. 이번 역시 진지수비만 굳게 할 뿐 응전하지 않았다. 포숙아는 노나라의 군대가 비겁하다고 생각하고 다시금 세 번째 공격을 명령했다.

이미 두 번의 공격에서 제 나라 군인들은 노나라 군대가 반격을 하지 않자 노나라 군대를 얕잡아 보았고 전투력이 저하되었다. 바로 이때 조열은 북을 울리며 외쳤다. “지금이다. 공격하라”라는 명령과 함께 거세게 반격하기 시작했다. 제나라의 공격 을 두 번이나 막아낸 노나라의 군대는 오히려 사기가 올라있었고, 두 번의 공격에 실패했던 제나라의 군대는 오히려 사기가 저하되어 있었다. 거기에 갑작스러운 반격에 놀란 포숙아와 제나라 군은 혼란에 빠졌고 크게 패하 여 제나라로 도주하였다.

이 계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상대방과 경쟁을 할때 실력을 기르고 감추고 있는 사람이 승리하고, 피곤한 사람은 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이 계책은 적을 곤경에 빠뜨리는 방법이 반드시 직접적 공격은 아니라는 것이며, 오히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부드러움과 조용함으로 강한 적을 이길 수 있다는 것과 통한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동서고금의 전쟁에서 수없이 그 예를 살펴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이길 것 같던 강한 군대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약해져서 상대방에게 패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의 현대 역사에서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과 장제스 국민당의 전쟁이 그랬고, 월남전의 미군이 전쟁에서 패한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역사적 경험에서 승자와 패자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비록 초기에 힘이 약했으나 최종의 승리를 거둔 사람들은 적이 싸우기 원하는 곳과 싸우고 싶어하는 시간과 싸우고 싶어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이 나보다 우월한데 무모하게 대응하거나 혹은 적이 나보다 약해서 얕잡아 보거나 하는 것은 반드시 패배로 이르는 길로 인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