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97 제갈량(諸葛亮)이 주는 지혜

Author
ient
Date
2018-01-09 11:06
Views
659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3.05.08 14:04:09

삼국지를 읽어보거나 혹시 읽어보지 않았어도 제갈공명(諸葛孔明)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갈공명은 제갈량 혹은 와룡선생(臥龍先生)이라고도 불리는데, 공명은 자(字) 이고 와룡은 그의 호(號)다.

그가 태어난 곳은 평택시와 우호 도시를 맺고 있는 산동성의 임기(臨沂)시 출신이다. 제갈량에 관해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지금까지도 고사성어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삼고초려(三顧草廬)’이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추운 겨울에 세 번이나 방문하였고 그 정성에 감동받은 제갈량이 유비를 도와 조조의 위나라와 손권의 오나라에 대항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제갈량에 대한 중국인의 평가는 정치가이고 군사전문가로 유비 뿐만 아니라 그 아들인 유선(劉禪)에게도 충성을 다한 의리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TV 방송국에서 제갈량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를 중심으로 제갈량의 지혜를 배워볼까 한다. 제갈량의 충성심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당시 강동(江東)지역을 다스리던 손권(孫權)이 제갈량의 능력을 탐내어 자신에게로 올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완곡하지만 의미깊은 말로 거절을 하였다. 주위의 사람들이 왜 손권의 청을 거절하는가에 대해 묻자, 그는 “손권 장군은 훌륭한 주인으로 뛰어난 사람들을 쓸 수 있지만 그 능력을 다 발휘하도록 하지 못한다(孫將軍可謂仁主... 能賢亮而不能盡亮)”라고 거절의 이유를 들고 있다.

그 이야기를 빗대어 만약 누군가가 천리마(千里馬)를 얻는다면 그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천리마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잘 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달릴 수 있는 초원(草原)이 주어져야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능력을 발휘 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다.

제갈량이 후세에 이렇게까지 이름이 알려지게 된 이유는 단지 능력이 뛰어난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겸비하고 있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중에 제갈량과 비유되는 방통(龐統)이라고 있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제갈량이나 방통중에 한사람만 얻어도 세상을 안정시킬 수 있다(臥龍鳳雛,得一而可安天下也!)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제갈량과 방통의 차이점은 제갈량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항상 겸손하였고, 방통은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기를 좋아했다. 불행하게도 그 능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은 그를 요절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유비가 도원결의(桃園結義)로 형제를 맺었던 관우(關羽)가 죽자 그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와 전쟁을 벌이지만 결국 패배하고 병석에 눕게 되었다.

향년 63세의 유비는 백제성(白帝城)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제갈량을 불러 유언을 하였다. 자신이 죽고난 이후의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당신의 능력이 조비(조조의 아들)보다 10배는 더하니, 만약 내 아들의 능력이 안되면 당신이 내 자리를 가지시오(君才十倍曹丕..... 如其不才,君可自取)”라고 말했다.

제갈량은 최선을 다해 유비의 아들을 보필할 것을 약속하였고 죽는 날까지 그 약속을 지켰다. 이후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제갈량의 능력과 의리를 높이 평가하여 중국의 곳곳에 그를 기리는 사당을 세우고 지금까지 그를 기념하고 있다.

제갈량의 능력과 겸손함, 그리고 의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신통치 않은 능력으로 잘난척하지 않는 지, 또 주위의 동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 반성할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