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81 - 중국 인물열전 (22) 한비자(韓非子 BC280-233): 역린(逆鱗)을 조심하라

Author
ient
Date
2018-01-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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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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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평안신문

(22) 한비자(韓非子 BC280-233): 역린(逆鱗)을 조심하라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 사상 중에서 가장 대비되는 것이 공자와 맹자의 유가사상과 상앙(商鞅)과 순자(荀子)에서 한비자(韓非子)에 이르는 법가사상(法家思想)이다. 맹자가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반면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여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전국시대(戰國時代)말 순자의 뛰어난 두 제자가 이사(李斯)와 한비자(韓非子)였고, 진시황(秦始皇)이 중국을 통일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한비자는 원래 한(韓)나라의 귀족으로 어릴 때부터 형명술(刑名術)을 즐겨 공부했고 순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노자의 사상도 함께 습득하여 단순히 제도적인 법을 뛰어넘는 인간의 심리가 포함된 법가사상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친구인 이사(李斯)의 간계에 빠져 죽은 후에 사람들이 그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들었으니 그의 이름과 같은 ‘한비자’였다. 그의 글에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귀중한 지혜들이 담겨있다.

그의 글 ‘설난(說難)’은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옛날 위나라의 군주가 총애하는 미자하(彌子瑕)란 신하가 있었다. 당시 위나라에는 만약 왕의 마차를 타면 다리를 자른다는 법이 있었다. 미자하는 자신의 어머니가 병이 들자 왕의 심부름이라고 속이고 마차를 이용했다. 누가 왕에게 이를 고발하자 오히려 효자라고 칭찬하면서 그의 죄를 묻지 않았다. 하루는 왕과 과수원을 돌아보다 미자하가 복숭아를 반을 먹고 왕에게 주자 왕은 기뻐하며 자신을 위해 먹지 않고 주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후 미자하가 왕의 총애를 상실하게 되자 왕은 화를 내면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마차를 훔쳐탔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주었다고 욕을 하고 미워하였다.

어떻게 이전에는 좋았던 일이 지금에 와서는 바뀌었을까? 상대방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뭐든지 수용이 되지만 마음이 떠나면 그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므로 사람의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비유를 통해서 얘기하고 있다.

중국의 이야기 속에 용(龍)이 자주 등장한다. 용은 평소에 잘 훈련시키면 타고 다녀도 될 정도로 순하다. 그러나 용의 목옆에 거꾸로 난 비늘, 역린(逆鱗)이 있다. 만약 사람이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한비자는 왕이란 용과 같아서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의 글들을 본 진시황은 한비자를 얻기 위해 30만 대군을 이끌고 한나라를 공격하였고, 공격을 멈추는 대가로 한비자를 데리고 가서 중용하였다. 진나라로 온 한비자는 유가를 이상주의라고 비난하였고, 종횡가(縱橫家)와 무술인들을 말만 많고 힘만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법치만이 부국강병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진시황은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수용하여 제도를 정비하였고 진나라가 나머지 6개의 나라를 통일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 동시에 2천년간 지속되었던 중국의 황제체제의 기틀도 한비자를 통해서 완성하였다.

그가 남긴 많은 고사성어가 있다. ‘노마식도(老馬識途)’란 말은 지금도 중국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제나라의 환공(桓公)이 자신이 타던 말이 늙었다고 귀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사냥을 갔다가 길을 잃었다. 이때 늙은 말이 길을 인도해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또 ‘수주대토(守株待兔)’란 말이 있다. 어떤 농부가 사냥꾼에 쫓긴 토끼를 우연히 잡게 되자 그 이후 농사를 짓지 않고 토끼만 기다린다는 뜻이다. 한번의 요행이 계속되기를 바라면 파멸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비자는 진시황을 도와 중국을 통일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