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76 - 중국 인물열전 (17) 포청천(包靑天 999-1062): 정의의 상징

Author
ient
Date
2018-01-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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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수년전 한국 사회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결코 얇지 않은 책이었고 쉬운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한동안 ‘정의(正義)’란 단어가 화두가 되었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정의롭지 못한 사회임을 반증하는 아쉬운 현실이기도 하고 지금도 여전히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경극, 일명 북경오페라에 보면 다양한 얼굴색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흰색 은 간신을 상징하고, 노란색은 잔인한 사람을, 파란 색은 포악한 사람을 상징한다. 그래서 경극의 내용은 몰라도 얼굴색을 보면 어떤 인물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여기서 검은색과 붉은색의 인물도 등장하는데, 붉은색은 충성과 효도의 인물을 그리고 검은색은 정의와 강직함을 상징한다.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 ‘포청천’이란 중국 연속극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얼굴이 아주 검은 색을 띄었는데 바로 중국 역사상 가장 정의로운 사람으로 손꼽히는 포증(包拯)의 이야기였다. 그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고 우리도 정의로운 관료의 모습이 어떤가를 살펴볼 만하다.

포청천은 어렸을 때 효심이 지극해서 과거에 급제해서도 연세가 많은 부모님과 멀리 떨어지는 것은 불효라 하여 관직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야 비로서 관직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 부임한 곳은 중국 안휘성의 작은 현이었다.

당시 중국에는 경작에 사용하는 소를 사사로이 죽일 수 없었는데 하루는 농민이 포청천을 찾아와 자신의 소의 혀가 잘려서 농사를 짓지도 먹지도 못한다고 울면서 하소연을 하였다. 그는 농민에게 돌아가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소를 잡으라고 했다. 이후 며칠이 지나자 어떤 사람이 이 농민을 고발하러 나타났다. 포청천은 고발하러 온 사람이 범인임을 알아차리고 엄벌에 처했다.

그의 능력은 황제의 귀에도 들어갔고 황제는 포청천을 중용하여 나중에는 수도인 개봉(開封)을 책임지도록 하였다. 그는 조금의 사심(私心)도 없이 강직하다는 뜻으로 ‘철면무사(鐵面無私)’의 별칭도 얻었다. 그가 관직에 있으면서 제일 싫어했던 것은 관리들의 부패와 권력으로 백성들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는 탐관오리들을 ‘뱀이나 전갈과 같다(心同蛇蝎)’고 하면서 추호의 용서도 없었다. 심지어 당시 황제의 외척이 잘못을 범하자 황제에게 7번의 상소를 올려서 그를 처벌할 정도였다. 그의 이러한 강직함으로 다른 곳으로 전출되지만 결국 다시 수도로 돌아와서 그 직을 수행하였다.

한해에 가뭄이 극심하여 황제가 제를 올리고 이를 극복하자 황제가 기쁜 마음에 문무백관들을 한꺼번에 승진 시켜 주려고 하였다. 이에 포청천은 승진은 자신의 공로에 따라 하는 것이지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그는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의 공적은 지금도 중국 사람들에게 정의와 공정, 그리고 청렴의 상징으로 널리 칭송되고 있다. 그는 평생을 통해 “관직을 탐하지 말고 백성을 사랑하라(不愛烏沙, 只愛民)”라는 것을 실천으로 행했다. 그는 또 후손들에게 “재물을 탐하는 후손은 집에 들여 놓지 말며, 죽어서도 위패를 세워서는 안된다.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가훈을 남겼다.

우리가 마이클 샌델과 포청천의 ‘정의와 공정’에 왜 공감하는지 위정자들은 깊이 스스로를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