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75 - 중국 인물열전 (16) 장량(張良 BC 250-186): 진퇴(進退)의 지혜

Author
ient
Date
2018-01-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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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16) 장량(張良 BC 250-186): 진퇴(進退)의 지혜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많은 영웅호걸들이 역사에 등장했다 사라지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자신을 지키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자신은 다르다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다가 화를 입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중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눈여겨 볼만한 인물이 있으니 자신의 진퇴(進退)를 명확히 알고 있었던 장량(張良)이다. 장량은 진나라에 멸망한 한국(韓國)의 재상의 후손으로 수차례에 걸쳐 진시황을 암살하고자 하였다. 암살이 계속 실패하자 실의에 빠져 산속에 숨어서 살고 있었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다리 위에서 어떤 노인을 만났는데 노인이 갑자기 자신의 신발을 다리 밑에 던지고 장량에게 주워오라고 시켰다. 심지어는 주워온 신발을 자신에게 신기라고 하였다. 장량은 연세든 노인이라 아무 대꾸도 않고 그대로 따랐다. 노인은 기뻐하면서 5일 후에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장량이 약속 시간에 나가자 노인은 이미 와있었고 버릇이 없다고 나무라면서 다시 5일 후에 나오라고 하였다. 이번에도 노인이 먼저 와 있었고 다시 5일 후를 약속하였다.

이번에는 장량이 밤부터 기다렸고 과연 노인이 조금 후에 나타났다. 노인은 장량을 칭찬하면서 책을 한권 전해 주었는데 바로 ‘태공병법(太公兵法)’이었다. 그 노인은 당시 최고의 현자로 불리던 황석공(黃石公)이었고 장량을 시험해 본 것이었다. 황석공은 장량에게 이후 이 책을 열심히 공부하면 10년 후에 나라를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예언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장량은 그의 말대로 병법을 열심히 연구하였고 이후 유방(劉邦)의 참모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유방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과 제안을 하게 되었다.

유방이 진나라의 도읍이었던 함양을 점령하고 보물과 궁녀들에게 정신을 못차리자 강하게 건의 하여 그의 실수를 막아주었다. 뿐만 아니라 항우가 유방을 공격하려고 하자 계책을 마련하여 항우에게 옥새를 주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특히 유방을 죽이기 위해 항우가 홍문연(鴻門宴)을 열었는데 이때도 번쾌(樊噲)를 시켜 구해냈다. 유방이 사천지방으로 밀려났을 때도 그 지역의 자원을 이용하여 단시간내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유방은 무장으로는 한신에게 의존하였고, 지혜는 장량에게 기대어 드디어 숙적이던 항우를 패배시키고 천하를 통일 할 수 있었다. 천하를 통일 한 후 유방이 제후를 중심으로 하는 봉건제도를 실시하려고 하였으나 장량이 이를 또 막아서서 중앙집권의 기초를 닦아 주었다.

그러나 농민에서 갑자기 황제가 된 유방은 점차 자신을 도왔던 부하들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먼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던 한신을 반역죄로 처형시키고 이후에도 많은 개국 공신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유방의 변화를 본 장량은 자신에게 주려고 한 모든 하사품과 봉토를 거절하고 병을 핑계로 더 이상 황제를 모실 수 없다고 하면서 산속으로 은둔하였다. 이후 유방의 옆에서 부귀영화를 꿈꾸던 많은 신하들이 화를 입었으나 장량만은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장량의 일생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볼 수 있다. 첫째는 유방을 도와 진나라를 멸망시켜 자신의 조국이었던 한국(韓國)에 충성을 다했다. 둘째는 자신을 알아준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도록 도와주었으니 의리(義理)를 지켰다. 셋째는 자신의 진퇴를 알아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그는 조국에 충성했고, 알아준 사람에게 의리를 지켰고, 또 자신을 보전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명심에 눈이 멀어 자신의 공로를 드러내고 무엇인가를 바랄 때 장량은 오히려 버릴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말의 ‘버릴 수 있다’라는 ‘사득(捨得)’이란 말이 있는데 그 의미는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량의 진퇴를 아는 지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