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33 비즈니스 삼국지 - (14) 읍참마속(泣斬馬謖):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다

Author
ient
Date
2018-01-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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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14) 읍참마속(泣斬馬謖):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다

제갈량이 울면서 마속을 참수했다는 ‘읍참마속’의 고사성어는 지금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대의를 위해 아끼는 부하를 법과 규칙에 따라 처벌할 때의 안타까워하는 리더의 마음이 전해지는 내용이다. 마속의 목을 베고 자신도 스스로 3등급을 강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기 228년 제갈량은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10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북벌을 시작하였다. 이때 보급로로 중요한 가정(街亭)이란 곳을 지켜야 했는데 마속이 자진해서 출전을 희망하였다. 제갈량은 마속을 파견하면서 “가정이란 곳이 비록 작지만 전략적 요충지이고 북방으로 진출하는 관문이니 이곳을 지키기 못하면 우리가 반드시 패한다. 그러므로 산을 뒤로하고 물가에 진지를 구축하고 특별히 조심해라”라고 수차례 당부하였다.

마속은 가정에 도착한 후 제갈량의 말을 듣지 않고 부하들에게 강에서 멀리 떨어진 산위에 진지를 구축하도록 하였다. 이에 놀란 부장인 왕평(王平)은 마속에게 제갈량의 말대로 해야한다고 건의 하였다. 평소에 자신이 병법에 익숙하다고 교만했던 마속은 “내가 병법에 통달했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어떤 때는 승상(제갈량)도 나한테 병법을 물어오는데 너희가 무엇을 아느냐”라고 호통을 치고 고집을 부렸다.

이에 왕평은 “제가 장군과 승상, 임금과 백성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데, 승상의 말대로 하십시오” 라고 재차 건의를 하였다. 그러자 크게 화가 난 마속은 “내가 지면 목을 내놓겠다” 라고 소리를 지르고 자신의 고집대로 하였다. 산 위에 진지를 구축했다는 소리를 들은 위나라는 크게 기뻐하며 장합(張郃)을 보내 포위하고 산 아래에서 불을 질렀다. 촉의 군사들은 양식도 떨어지고 물도 끊긴 채 자중지란에 빠지게 되었다. 군사적 요충지인 가정을 빼앗겼고 결국 제갈량은 북벌의 꿈을 포기하고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갈량은 촉으로 돌아와 왕에게 죄를 청하면서 자신의 계급을 강등하였다. 동시에 마속은 대장으로서 자신이 병법에 익숙하다고 거만하여 승상의 명을 받들지 않았고, 부장의 건의도 듣지 않아 촉의 대군을 사지로 몰아넣은 죄로 참수형에 처했다. 원래 제갈량은 마속을 중용하였고 아껴왔다. 그러나 교만으로 인한 패전은 법적으로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속을 참수함으로서 상벌을 분명히 하였고 사사로운 정리에 끌리지 않는다는 것을 천하에 알렸다. 이를 통해 촉의 군대는 더욱 군기가 엄격해졌으며 백성들도 이를 목격함으로서 촉나라의 군심은 더욱 단결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제갈량의 읍참마속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법률을 집행함에 있어서 평등하지 못하거나 사적인 관계나 지위의 높낮음에 의해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어떤 리더들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부하직원에게는 엄격한 경우도 있고, 또 자신이 아끼거나 친한 부하들은 감싸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법대로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어 지금도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의 대기업의 갑질, 무분별한 구조조정, 기업총수나 일가의 도덕적 해이, 정치권에서의 부조리 등이 국가와 사회,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확한 상벌과 법치, 공사의 분명함 등이 실현되어야 건강한 사회, 발전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이 시대의 리더들이 ‘읍참마속’의 뜻을 깊이 새겨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