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21 비즈니스 삼국지 - (2) 소설 삼국지의 탄생

Author
ient
Date
2018-01-09 13:13
Views
378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2) 소설 삼국지의 탄생

어려서부터 삼국지(三國志)를 몇 번 읽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의 중국 소설책의 이름이 바로 삼국지이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삼국지를 검색하면 게임의 제목에서부터 국내정치, 국제정치를 가리지 않고 삼국지란 단어가 등장한다. 최소한 세명 이상의 참여자가 있고 대립 혹은 경쟁관계가 있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단어로 다가와 있다.

비즈니스 삼국지를 시작하면서 삼국지의 탄생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삼국지의 실제 이름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이고 작자는 원나라 말기와 명나라 초기에 활동했던 소설가인 나관중(羅貫中)의 작품이다. 나관중은 삼국지 뿐만 아니라 수호지(水湖志)의 저술에도 참여하였다. 그는 원나라 말기에 비단 장사를 하던 부친을 따라 지금의 소주, 항주지역으로 이사하였고 장사보다는 글쓰기를 좋아하여 삼국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역사 소설도 저술하였다.

나관중의 고향으로 알려진 태원(太原)은 중국의 산시성(山西省)의 수도이고, 이 지역의 상인들은 이후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들로 불려졌던 ‘산서상인’ 혹은 ‘진상(晋商)’이었다. 나관중이 활동했던 쑤저우(蘇州)와 항저우(杭州) 역시 중국의 문화가 가장 발전했던 지역이었고, 특히 항저우는 저장성의 수도로 최근에도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번영하고 있는 지역의 하나이다.

이 소설 삼국지의 모태가 되는 것은 중국의 방대한 역사서인 ‘24史’의 일부분인 ‘삼국지’이다. 중국의 신화시대부터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까지를 기술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서 명나라의 역사인 명사(明史)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서를 ‘24史’라고 하고 그 중에 ‘삼국지’가 들어간다. 정사(正史)인 삼국지를 저술한 사람은 서진(西晋)의 역사학자인 진수(陳壽)로 280년에 기록하였다. 위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위서(魏書)와 촉과 오나라의 역사였던 촉서(蜀書), 오서(吳書)를 합쳐서 모두 65권에 달했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는 중국의 ‘사대명저(四大名著)’중에서도 최고로 간주되고 있고 특히 동한(東漢)말기부터 서진(西晋)까지의 100년간의 기간 동안에 벌어졌던 한나라의 멸망과 ‘위촉오(魏蜀吳)’의 삼국시기를 공간과 시간을 실줄과 날줄처럼 사용하여 체계적으로 소설로 승화시켰다.

삼국지에는 1798명의 방대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중요한 인물들의 성격을 아주 생동감있고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세가지 성격을 조조(曹操)는 간(奸)이라고 해서 ‘간악함’의 상징으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그리고 관우(關羽)는 의리(義理)의 화신으로, 제갈량(諸葛亮)은 지혜의 화신으로 묘사하여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인물들을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소설 삼국지에는 40여회의 전투가 벌어지는데 삼국의 흥망을 가르는 전쟁에서 인물들의 성격과 판단력, 전략과 전술, 힘의 우위 등 현대의 개인의 삶과 기업간의 전쟁과도 같은 일상들을 그대로 대조해 볼 수 있다.

삼국지의 일화들은 길거리의 이야기꾼을 통해서도 널리 유행되었고, 지금도 중국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재미있게 듣는 프로그램으로 자주 접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신영복 선생의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는 말처럼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무한 경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삼국지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태도를 삶을 경영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