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17 중국인 이야기 - (30) 중국의 땅 끝, 하이난(海南)사람들

Author
ient
Date
2018-01-09 13:08
Views
356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30) 중국의 땅 끝, 하이난(海南)사람들

한국의 땅 끝 마을을 해남이라고 하듯이 중국에서도 가장 남단에 열대우림 기후의 섬이 있다. 바로 1988년 광둥성에서 분리되어 경제특구 겸 하나의 성(省)으로 승격된 하이난성(海南省)이다. 현재 인구는 약 900만명이며, 수도는 하이커우(海口)이고, 약 3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대표적인 민족은 리족(黎族 :여족), 먀오족(苗族:묘족), 후이족(回族:회족), 한족(漢族:한족)을 들 수 있다.

하이난성은 중국에서 타이완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섬이며, 타이완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섬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열대 지역에 속해 있어 중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며 한국의 관광객도 적지 않은 수가 이곳을 방문하여 지금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이난성은 중국의 워낙 남쪽 변방에 위치하고 있어 역사에 별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소동파(蘇東坡)와는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다. 소동파는 소식(蘇軾)이 본명이며 송나라 시기 최고의 시인이었다. 그가 남긴 많은 작품중에서 적벽부(赤壁賦)는 우리의 판소리로도 만들어져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그는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승승장구 하였으나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다가 결국 귀양을 가게 되었고 그가 귀양간 곳이 바로 하이난의 단저우(儋州)라는 곳이다.

그는 귀양생활 중에도 학교를 세우고 후학을 가르쳤고, 100년 이상 진사급제가 한명도 없던 이곳에서도 진사시험에 급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후 이곳에는 ‘동파 길, 동파 다리, 동파 우물’ 등의 명칭이 붙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특히 상하이와 항저우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주 먹게 되는 ‘동파육(東坡肉)’이 있는데 소동파가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하이난은 열대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이곳의 사람들도 동남아 지역 사람들과 같이 굉장히 낙천적이고 현실에 만족한 삶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가난해도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밖에 돈 벌러 가는 것 보다 낫다(寧可在家守窮, 不願外出打工自謀生路)”라는 의식이 매우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들과 접해보면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습관에 대한 강한 고집이 있어서 외부의 새로운 사물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이난의 대표적인 소수 민족인 리족(黎族)은 약 100만명이 조금 넘는데 외지로 가지 않고 대부분 이곳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아주 특별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얼굴에 문신을 하는 전통이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 전통을 지키지 않지만 약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모두 문신을 하고 있다. 얼굴에서 목까지 사각형의 문신을 겹겹으로 하고 있는데 여자들의 경우 11살이 넘으면 무조건 하게 되어 있고 문신의 문양을 보고 같은 집안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문신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자신이 죽고난 후 저승에서 조상들이 자신을 알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손님을 초대할 때 남자 손님인 경우 먼저 술을 대접한 후 식사를 하고, 여자 손님인 경우 식사 후 술을 대접하는 독특한 문화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식사시에 젓가락을 밥 그릇위에 올려놓으면 굉장한 실례가 되는데 그 이유는 그 모양이 죽은 사람의 관을 드는 모양과 비슷해서이고 밥 그릇을 덮어 놓고 그 위에 수저를 놓으면 무덤의 모양이라고 생각해서 질색을 한다. 그러므로 이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는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어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중국의 땅 끝인 하이난은 경제특구 중의 하나로 빠른 발전을 하고 있으며, 중국인들이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중국의 겨울철 국내 여행의 성지(聖地)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의 남방 소수민족의 생활을 엿보거나 혹은 따스한 여행지가 생각날 때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