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198 중국인 이야기 - (11) 동북3성의 관문, 랴오닝성(遼寧省) 사람들

Author
ient
Date
2018-01-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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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11) 동북3성의 관문, 랴오닝성(遼寧省) 사람들

랴오닝성은 사실 명나라 시기만해도 만리장성(萬里長城) 밖의 지역으로 중국 중앙정부의 손길이 닿지 못하던 곳이다. 이 지역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것은 일명 여진족이라고 하는 만주족이 만리장성을 넘어 중원을 점령하고 청나라를 세운 이후의 일이다.

랴오닝성은 중국의 동북쪽에 있는 세 개의 성(省),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롱장성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동북3성의 관문 역할을 하였고 랴오닝성의 수도인 선양(瀋陽)이 그 관문이었다. 한국이 중국과 국교 수교를 한 이후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을 가거나 하얼빈을 가려면 일단 선양을 거쳐서 가야했다. 선양은 청나라가 만리장성을 넘기전에 수도로 삼았던 곳이고 또한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했던 지역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선양의 ‘시타(西塔)’ 주변에 이들이 모여 살았는데 한중수교 직후에 중국에서 사업을 꿈꾸던 많은 한국인들이 언어적 도움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고 지금도 곳곳에 한국 식당과 노래방 등 편의 시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다.

선양에서 서쪽으로 가면 단동(丹東)이라는 도시를 만나게 되고 그 앞에 도도히 흐르는 강이 바로 압록강(鴨綠江)이다. 압록강을 건너 마주보이는 도시가 북한의 신의주이고 중국과 북한을 이어주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가 놓여있어 차량의 왕래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북한 신의주 출신으로 한국의 전설적인 주먹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시라소니’ 이다. 압록강을 넘어 선양에 온 시라소니는 당시 중국의 깡패들에게 힘들어하던 동포 상인들을 도와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해서 지금도 나이든 동포들은 시라소니를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와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랴오닝성은 한국 전쟁 이전에 우리와 교류가 가장 많았던 중국 지역이었고 일본의 직접적 침략과 러시아가 호시탐탐 노리는 등 많은 애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랴오닝성을 남북으로 나누면 북쪽은 선양이 대표적 도시이고 남쪽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인 따렌(大連)이 대표적 도시이다.

이 두 지역간 사람들의 성격이 조금 다른 편인데, 선양을 중심으로 하는 북쪽 사람들은 동북지역 사람들의 특징이 압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호탕한 성격을 바탕으로 강한 생명력과 생존방식을 가지고 있어 통이 큰 편이다. 또한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고 의리를 강조하고 술마시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들은 사업을 하거나 친구를 사귀거나 모든 일이 술자리에서 시작해서 술자리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렇다고 술에 취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겉과는 달리 매우 세심한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업을 할 때 술에 취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술을 이기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서 마셔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 남쪽의 따렌 사람들은 일찍이 외국과의 교류가 많았던 지역으로 북쪽 사람들과는 달리 큰소리를 내거나 하기 보다는 조용하게 상대방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술이나 담배를 동북3성 중에서 가장 적게 하는 편이고 또 함부로 말하거나 과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따렌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은 축구로 이 지역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이들은 조용한 대신 축구를 가장 남성적인 운동으로 받아들이고 축구장을 찾아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곤 한다. 그러므로 따렌 사람들과 사업을 할 때 축구를 화제로 이야기하면 금방 친숙해질 수 있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랴오닝 사람들과 만나서 사업을 이야기 할 때 우선 남쪽 사람인가 북쪽 사람인가를 보고 이들을 대하면 훨씬 더 재미있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