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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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평안신문

(6) 백두산 호랑이와 함께하는 지린성(吉林省) 사람들

우리의 질곡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중국의 동베이 3성 중에서 가장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지린성이다. 지린성은 북한과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압록강과 두만강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백두산의 천지도 중앙을 중심으로 동쪽은 북한, 서쪽은 중국으로 국경을 구분하고 있다.

이 지린성에는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한 고구려의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동시에 우리의 동포들도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으로 부르지만 이들 대부분이 조선시대 말부터 이 지역에 정착하고 토지를 일구어 생활을 유지했고 일제시대에는 국경을 넘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이후 이 지역이 일본에게 점령당하고 마지막 황제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만주국’을 설립하자 독립운동가들은 남하하여 상하이와 내륙에서 독립운동을 계속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지린(吉林)이란 말은 원래 만주어로 ‘지린우라(吉林烏拉)’란 단어에서 왔는데 그 어원은 ‘강가에 있다’ 란 뜻이다. 즉 길림성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린성은 원래 한족보다는 우리 민족과 북쪽의 유목민들이 어울려 살던 지역이라서 이 지역 본래의 사람들은 유목민족의 성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성격이 맹호(猛虎)같다고 불린다. 실제로 이 지역이 중국에 완전히 편입된 것은 청나라 말기였고 그 이전에는 뚜렷한 국경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산동성 사람들과 허베이성(河北省) 사람들이 이주하고 개간해서 살았고 주로 옥수수를 심은 반면, 우리 민족은 전통적인 벼농사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이주해서도 벼농사에 종사했다.

모두 생계를 위해 고향을 등지고 타향살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작은 충돌이 있거나 시비가 붙으면 절대 양보가 있을 수 없었다. 이들은 한번 싸움이 붙으면 나무 몽둥이와 쇠 몽둥이가 있으면 반드시 쇠 몽둥이를 집어들고 인정사정없이 싸우는 것이 보통으로 아주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로 정평이 나있다.

지금도 지린성의 수도인 창춘(長春)에만 만주족과 동포(조선족), 몽고족, 회족 등 모두 37개의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데 그중 만주족과 동포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가까운 곳의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수도인 옌지(延吉:연길)에는 인구의 약 60%가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고 한국어와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어 우리가 가도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한중수교 이후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의 사업가들이 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중국의 각지에 진출해있는 한국의 많은 기업에 반드시 동포들이 통역을 담당하고 한국 기업가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의 기업가와 동포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기대의 차이가 상호간에 문제와 충돌을 야기하기도 한다. 한국 기업가는 동포들이 자신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동포들은 말그대로 같은 핏줄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배신감을 느끼고 관계가 악화되기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중수교 초기에 한국의 사업가들이 이 지역에 들어가 허풍을 떨거나 잘난척한 경우가 많았는데 심지어는 한국에 데려가겠다고 많은 돈을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한 마을이 쑥대밭이 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서로가 같은 민족으로 냉정하게 자신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린성은 발해와 고구려가 있었던 우리와도 불가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고 앞으로도 두만강 개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 지역의 동포들을 잘 활용하고 동시에 이 지역사람들이 타지역에 비해 단순하지만 순박하고 용감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이해한다면 사업에서의 성공의 확률을 보다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