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192 중국인 이야기 - (5) 중국 최고 주량의 헤이롱장성(黑龍江省) 사람들

Author
ient
Date
2018-01-0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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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5) 중국 최고 주량의 헤이롱장성(黑龍江省) 사람들

헤이롱장성(黑龍江省)은 중국의 동북쪽 끝에 위치하고 러시아와 아주 길게 이어진 국경선을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두 개의 강이 흐르고 있고, 그 중 하나가 헤이롱장으로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다. 헤이롱장성의 수도는 하얼빈이며, 한국사람들이 겨울 여행으로 ‘얼음축제(빙등제)’를 보려고 많이 찾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암살한 기념관이 설치되어 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항일투쟁의 유적지로 헤이롱장성을 찾고 있다.

이 지역은 수도인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만주족과 몽고족이 살고 있던 거의 버려진 지역이었다. 이후 산동성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서 이곳까지 이주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우리도 조선시대 말기에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황량한 이곳을 개간하였다. 중국인들이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중국동포들이 지린(吉林), 랴오닝(遼寧)과 헤이롱장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거주하고 있다. 인구조사통계에는 약 180만명 정도이나 실제로는 한국에 약 70만명이 나와있고 또 중국 각지로 흩어져 발전하면서 지금 이 지역에 살고있는 동포의 수는 거기에 훨씬 못미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유목민족이 대부분이어서 매우 호탕하고 용감하고 직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용감함에 대해 중국 사람들은 “동북지역에 가보지 않으면 자신의 담이 얼마나 작은지 모른다(不到東北不知道膽小)”라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용맹스럽다는 것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금전에 대해서도 중국의 남쪽 지역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돈을 말하지 마라, 돈 얘기를 하면 감정이 상한다(別談錢, 一談錢感情就遠了)”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남자는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친구와 정의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호탕함은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와 시비가 붙으면 세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주먹이 날아다닌다. 남쪽 지역의 사람들이 말로만 싸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무엇이든지 ‘큰 것(大)’을 선호해서 명사앞에 ‘대(大)’자를 붙이기를 좋아한다. 만두도 큰 만두(大饅頭), 배추도 큰 배추(大白菜), 밥그릇과 접시도 다 커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헤이롱장성의 사람들과 교제를 할 때 웬만한 주량을 가지고는 이들을 대적하지 못한다. 한국 사람들이 가면 십중팔구 술을 권하는데, 이 지역 사람들의 주량은 중국에서도 유명하다. 이들은 친구나 손님이 가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술을 권하기 시작하는데 손님이 한 두명이면 이들은 7-8명은 기본으로 같이 나와 대접한다. 그리고 시작할 때는 작은 술잔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잔이 커져서 심할 경우에는 50도가 넘는 고량주를 맥주컵으로 마시기도 한다. 손님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호탕한지를 보여주면서 또 한마디를 거든다. “건강을 잃어도 감정을 다칠 수는 없다(寧傷身體, 不傷感情)”라는 알 수 없는 논리를 펼치면서 술을 권하는데 일반인들이 매우 힘들어하는 대목이다.

헤이롱장성 사람들은 손님을 대할 때 특별히 체면을 중시하고 친구의 의리를 중요시한다. 이들과 사귈 때 비록 술마시는 것이 힘들지만, 일단 ‘친한 친구(鐵哥們: 아주 친한 친구의 중국어 표현)’ 가 되면 무엇을 해도 다 받아들인다. 그 이유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의 헤이롱장성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는 첫째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고, 둘째는 브랜드가 중요하다. 광동이나 남방쪽 사람들은 제품에 대해 꼼꼼히 따지고 비교하는 것에 비해 이들은 이름이 있는 브랜드인지 유명한지 다른 곳에서 잘팔리는 물건인지가 우선적 관심대상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잘 분석하고 비즈니스를 한다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대신 이들과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주량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