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188 중국인 이야기 - (1) 황제와 함께 하는 베이징 사람들

Author
ient
Date
2018-01-09 12:37
Views
127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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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평안신문

(1) 황제와 함께 하는 베이징 사람들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인 베이징(北京)은 오래전에 연나라(燕國)의 땅이었다. 그래서 한때는 연경(燕京)으로 불리었고, 지금도 베이징의 맥주는 이름이 ‘연경맥주’이다. 만리장성을 넘어 중원을 차지한 원나라와 명나라, 청나라를 거쳐 마오쩌둥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베이징은 중국의 새로운 수도가 되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베이징 자체로는 중국의 유명한 인물을 많이 배출하지 못했지만 대신 수도답게 유명한 인물들이 베이징에 많이 거주하였다. 베이징에서 살아보았거나 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베이징의 봄날이 되면 황사가 불어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여름이면 그 더위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곤혹스럽고, 겨울이면 북쪽에서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생활하기가 매우 고된 지역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이 역사적으로 거의 1000년을 수도로 자리해오면서 베이징사람들은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을 일명 ‘라오베이징(老北京)’이라고 부르는데 일명 ‘베이징 토박이’이란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친한 라오베이징 친구들을 만나보면 일단 발음자체가 다른 지역과는 달리 굴리는 발음이 많이 있어 듣기에 상당히 부드럽게 들리고 매우 점잖으며 대화를 해보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포용심이 많은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조금 더 베이징 사람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대방을 존중한다기 보다 자신이 그만큼 도량이 넓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이들의 유전자속에는 자신들이 천자(天子)가 살고 있는 황궁 옆에서 함께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징 사람들을 자부심과 동일시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천안문 옆에 있는 왕푸징(王府井)거리를 ‘중국 최고의 거리(中華第一街)’라고 부르는데 실제 상하이의 난징루(南京路)나 다른 대도시의 큰 거리에 비해 별로 번화할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부르는 것은 자신들의 거리가 자금성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베이징 사람들과 상하이 사람들이나 다른 상업이 발달한 지역의 사람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정치문제에 대한 관심인 것 같다. 상하이나 광조우 지역에 가면 아무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어떻게 경제적 부를 이루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이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주식과 경제적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베이징 사람들은 길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인력거를 끄는 사람이나 모두 정치 이야기가 화제거리이다. 중국의 국내정치는 물론 세계정치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없고 자신이 국가의 지도자인양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

베이징 사람들은 중국 전통에서의 예의와 조화를 말하고 인간관계를 “복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해결한다(有福同享, 有難同當)” 라고 강조한다. 이 전통은 지금도 남아있어 상대방에 대한 양보와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외지인이 라오베이징에게 길을 물으면 대부분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길을 알려주기를 좋아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확실히 차이가 나는데 그 내면에는 라오베이징의 체면과 우월감이 숨어있을 수 있다.

만약 라오베이징들과 친구가 되려면 이들이 ‘황제 다음으로 자신이 최고(天子脚下我最大)’ 라는 심리적 코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라오베이징들은 누구를 만나도 매우 진지하게 만나고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을 별로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사귐에 있어서도 매우 진실되고 성의있게 대하곤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남을 속이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특히 자신들이 뱉은 말은 지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라오베이징에게는 이들과 같이 솔직하고 담백한 태도로 대하면 반드시 좋은 우정을 쌓을 수 있으며 어려움이 있을 때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잘 도와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