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3.12.11 14:39:07

제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나라는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는 공격한다

원문 : 形禁勢格, 利以近取, 害以遠隔. 上火下澤 (형금세격, 이이근취, 해이원격. 상화하택)
번역 : 지리적 제한이 있을 때 우선 가까운 지역을 취하고 그 다음에 먼 곳을 취한다.

이 계책은 전국(戰國)시기에 진나라가 나머지 6개의 나라를 공격하여 통일할 때 사용했던 계책으로 유명하며, 전국책(戰國策)에서 유래하고 있다. 원교근공은 처음에는 외교와 군사적 책략으로 사용되었는데, 멀리 있는 국가들과는 동맹을 맺고, 가까운 곳에 있는 국가를 적으로 삼아 고립시켜 적으로 하여금 양쪽에서 포위되는 형국을 만드는 것이다.

진나라 소왕(昭王)때인 기원전 268년, 위나라의 신하였던 범저(范雎)가 진나라로 망명하였다. 그리고 진나라 왕에게 ‘원교근공’의 계책을 헌상하였다. 원래 범저는 어릴때부터 큰 뜻을 품고 위나라의 대부의 식객으로 있었다. 그러나 위나라의 재상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자 도망쳐 진나라로 왔고 진나라의 소왕은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자신의 밑에 두었다. 범저는 소왕을 만난 후, 천하대세를 논하면서 원교근공 계책을 주장했는데, 우선 진나라와 가까이 있던 위나라와 한나라를 먼저 공격하여 가까이 있던 화근을 제거한 이후에 제나라와 초나라 등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을 공격하도록 하였다.

실제로 진나라가 한나라와 위나라를 공격할 때 초나라와 제나라와 화친을 하여 서로 연합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결국 하나 하나 공격하여 전국을 통일하여 통일 중국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계책은 전국(戰國)시대 이전이던 춘추(春秋)시대에도 이미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춘추시기 초기에 수백 개의 나라들이 군웅할거를 이루고 있었다. 당시 주나라의 천자(天子)는 이름만 있을 뿐 실제로는 유명무실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정(鄭)나라가 초기의 강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정나라가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장애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정나라 주위의 국가들은 정나라가 강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끊임없이 도전을 하였다. 가까이 있던 위(韋)나라가 전쟁을 일으켰고, 이어서 위나라, 송나라 진나라, 채나라 등이 동맹을 맺고 계속해서 공격해왔다. 정나라는 수년에 걸쳐서 주위 국가들의 공격을 막아내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정나라의 왕은 자신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멀리 떨어져 있 던 제나라와 노나라와 친선관계를 맺었고, 자신을 공격하던 송나라와 위나라와도 평화조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진나라의 공주를 자신의 아들과 혼인시켜 밀접한 관계를 유지시켰다. 혼인과 평화조약 등을 통해 드디어 정나라는 자신을 공격하던 주변의 국가들간의 동맹을 조금씩 와해시켜 나갈 수 있었다.

2년간의 노력을 통해 외교적 포석을 완료한 후, 정나라는 제나라와 노나라와 연합하여 송나라를 공격하였고 이를 굴복시켰다. 이어서 위나라와 채나라를 차례대로 공격하여 자신이 춘추시기 초기의 첫 번째 패자가 될 수 있었다. 한 나라가 자신의 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 계책은 지도자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이후 가장 측근이던 한신을 죽이고, 진시황이 자신의 측근들을 제거한 것도 같은 이치이다. 오랫동안 옆에 있으면서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은 극히 위험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많다. 오히려 새롭게 등용한 인재들이 그 충성도에서는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