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21세기 중국의 빛과 그림자 55 중국의 가족계획과 '천광청(陳光誠)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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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nt
Date
2018-01-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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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email protected]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2.05.16 13:10:52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한국과 이웃하고 있는 산동성(山東省)에‘린이(临沂:임기)’라는 도시가 있다. ‘이(沂)’는 중국 발음이고 한국의 한자로는 ‘기’라고 하는데 그곳에 ‘이몽산(沂蒙山:기몽산)’이라는 산이 있고, 이 산과 가까이 있다고 해서‘린이’라고 한다.

이몽산은 항일 투쟁으로 유명한 곳이며, 린이는 시각장애 변호사인 천광청이 연금되어 있던 곳이다. 린이시는 삼국지에서 유비를 도왔던 제갈량(諸葛亮)과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고향이기도 하다. 최근 천광청 사건으로 이 도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고, 천광청은 중국의 가족계획에 반대한 인권변호사로 이번에 연금지역에서 탈출해서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유명해졌다.

천광청 사건의 이해를 위해서는 중국의 인구정책의 변화과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3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인구조사를 한 이후 북경대학의 총장이었던 마인추(馬寅初)는 '신인구론'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그는 중국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인구가 국가의 힘이다"라는 주장을 하면서 중국의 인구는 대약진과 문화대혁명 시기 급속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은 후, 공산당은 마오쩌둥 시기의 인구증가 정책이 중국의 국가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하고 '한 가정에 한 자녀 가지기 정책' 즉 중국식 '가족계획(計劃生育)'을 실시하였다. 중국식 가족계획은 ‘이타이화(一胎化)정책’이라고 불리며 정부가 한 가정에 한명의 자녀만을 허용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공산당 간부들은 강제적으로 임신부를 낙태시키고, 또는 불임을 조장하는 등 그 폐해가 만연하였다. 중국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책실시 초기에 공무원이 누가 임신했다고 하면 낙태시키려고 집을 기습하고, 산모들은 죽을 힘을 다해 산으로 들로 도망다니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몰래 낳아 호적에 올리지 않기도 하였다. 이런 아이들을 보고 ‘헤이후(黑戶)’라고 하여 호적에 이름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도 인구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구가 적지 않다. 지금은 부모가 모두 외동 딸이거나 외동 아들일 경우 자식을 둘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가 하고 있고, 또는 벌금을 내도록 정책이 완화되었다.

가족계획이 진행되고 있던 동안 2006년 천광청은 시각장애자임에도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었으며, 이후 중국 정부의 가족계획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다가 투옥되었다. 이후 2010년에 석방되어 가택에서 가족과 함께 연금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였고 이후 미국 대사가 동행한 가운데 대사관을 나와 베이징 중심의 한 병원에 입원하였다.

천광청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미중간의 제4차 경제전략회의가 개최된 시기와 맞물려 더 많은 세간의 주목을 받게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천광청의 피신을 도와준 것이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미국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과 중국은 이미 물밑 작업을 끝낸 듯 하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천광청을 미국으로 보내 국내에 남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천광청과 같은 사례를 받기에는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의 논쟁에서 매우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중국과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항목이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매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소극적 반응은 미국의 평소의 정책이나 태도를 궁색하게 만들고 있고, 국가의 이익앞에서 미국이 항상 주장하던 인권이란 단어가 왠지 초라해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