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78 - 중국 인물열전 (19) 장자(莊子 BC369-BC289): 나비의 꿈

Author
ient
Date
2018-01-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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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19) 장자(莊子 BC369-BC289): 나비의 꿈

도가(道家)의 시작이 노자(老子)였다면 이를 완성한 사람은 장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자와 장자를 합쳐서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고 부른다. 장자의 출생과 사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장자가 살았던 시기는 춘추전국 시대에서도 국가간에 극한 전쟁과 대립으로 백성들이 가장 고통 받았던 시기였다. 그는 이러한 전쟁의 시기에 인간의 삶에 대한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고 외쳤던 철학자였다. 그가 남긴 유명한 글 중에 ‘소요유(逍遙遊)’가 있다. 소요유의 뜻은 진정한 자유자재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무기(無己), 무공(無功), 무명(無名)으로 말할 수 있다.

무기(無己)는 모든 속박과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이는 자신과 모든 것을 놓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무공(無功)은 인간들이 추구하는 공명심이 결국은 자신과 타인을 해치는 것으로 보고 그러한 탐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명(無名)은 세상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을 때 절대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가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그만큼 당시의 현실이 고통스럽다는 것이고 이를 소요유를 통해 벗어나고자 하는 낭만주의적 철학이 담겨져 있다.

장자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초나라의 왕이 그를 초청해 재상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는 자신을 데리러 온 관료에게 “천금과 높은 직위가 좋은 것 같지만 제물용 소를 한번 생각해봐라. 수년간 잘 키워 소의 몸에 문신을 새기고 결국은 제사의 제물이 되지 않더냐” 라고 웃으면서 재상의 직을 거절하였다.

장자는 자신의 사상을 우화를 통해 표현하기를 즐겼다. 우리가 잘 아는 ‘나비의 꿈(胡蝶之夢)’도 그중의 하나이다. 하루는 장자가 꿈속에서 자신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자신이 장자임을 잊어버렸다.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나서는 자신이 나비가 아니라 장자임을 깨닫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장자가 나비로 변한 것인지 나비가 장자로 변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자와 나비가 엄연히 다를진대 마치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장자 철학의 정수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여기에서 천(天)은 하늘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뜻이다. 즉 나와 자연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장자가 나이가 들어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제자들이 좋은 물건들을 그와 함께 묻겠다고 하자 거절하였다.

장자는 “천지가 관(棺)이고 만물이 나와 함께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였다. 제자들은 “그래도 만약 독수리가 스승님의 시체를 먹으면 어쩝니까” 라고 되물었다. 장자는 또 말하기를 “땅위에 있는 것들은 독수리가 먹을 것이고, 땅 밑에 두면 개미가 먹을 것이다. 독수리가 먹을 것을 개미에게 준다고 그게 문제가 되겠느냐” 라고 대답하였다.

장자가 남긴 많은 이야기 중에 한번쯤 되새길 것이 있다. 하루는 산을 가고 있는데 벌목군이 어떤 나무는 베고 어떤 나무는 베지 않았다. 장자가 묻자 이 나무는 재목이 안되서 베지 않습니다고 했다. 장자는 “오히려 재목이 안되어서 천년을 가는구나” 라고 짧은 탄성을 질렀다.


“성공을 하면 실패하게 되고, 강하면 쇠약해지고, 예리한 것은 둔해지고, 곧은 것은 휘어진다. 또한 합쳐지면 또 분산된다. 지모가 뛰어나면 남들이 경계하고, 덕이 없으면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다.” 라고 이야기하는 장자에게서 세상을 욕심내지 말고 자연의 이치대로 살아가라는 ‘순기자연(順其自然)’의 지혜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