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50 비즈니스 삼국지 - (31) 제갈량의 전략보고서: ‘隆中對’

Author
ient
Date
2018-01-09 14:01
Views
418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31) 제갈량의 전략보고서: ‘隆中對’

유비가 세 번에 걸쳐 제갈량을 찾아갔다. 두 번은 만나지 못하고 세 번째에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제갈량은 이때 유비를 주군으로 선택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세력이 약한 유비를 도와 조조나 손권과 경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 작성한 일종의 전략보고서가 있다. ‘융중대(隆中對)’라고 하는데 그 유래는 지금 중국의 호북성(湖北省) 융중이란 곳이 당시 제갈량이 살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유비를 만난 제갈량이 제시한 ‘융중대’는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현대적 의미의 SWOT 이론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SWOT이론은 경영이나 무역학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시장분석 이론으로 기업이 시장의 환경에 대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 기회, 위협 등의 방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발전전략을 기획하는 것이다. 거의 2천년전에 SWOT 분석을 했으니 놀라운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SWOT 이론은 먼저 시장의 환경과 경쟁 상대자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비가 제갈량에게 한나라가 어려워지고 간신들이 설치고 있다고 당시의 정치환경을 설명하자 제갈량은 유비의 경쟁자들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 조조는 백만명의 군사와 황제를 데리고 있어 경쟁이 되지 않고, 강동 지역의 손권은 이미 3대를 이어오고 지역이 험준하고 많은 인재들이 있으므로 그와도 경쟁해서는 안되며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어디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시장의 기회’ 부분이다. 제갈량은 먼저 전략적 요충지인 형주(荊州)를 생각했다. 형주는 북쪽으로 한나라와 그리고 동쪽으로는 오나라와 접해있고 서쪽으로는 촉(사천지역)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쪽이 취하기가 가장 쉽고 동시에 익주를 취함으로서 유비의 근거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갈량은 유비의 강점으로 비록 현재 자신의 터전은 없으나 관우, 장비 등의 뛰어난 부하들과 황실의 후예라는 명분, 그리고 유비 자체의 인간적인 매력 등을 잘 활용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과 기회 및 유비의 강점을 분석한 이후 전략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형주를 얻고난 후 주위의 세력들과 연대를 맺은 후 내부를 다스려 실력을 키우면 반드시 기회가 올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략 목표를 단기, 중기, 장기로 체계적으로 구분했다. 단기 목표로는 우선 형주를 점령하여 근거지로 삼고, 중기 목표로는 익주를 얻어 세력을 공고히하면 위와 오나라에 경쟁할 수 있는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로는 오나라와 동맹을 맺어 조조의 세력을 물리치고 중원을 얻어 천하를 통일하는 것이었다.

제갈량의 전략보고서는 현재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생존과 발전을 모색하는 기업들에게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제갈량은 경쟁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단계별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였고 실천에 옮겨 가장 약했던 유비를 촉나라의 왕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현대의 기업들도 명확하고 정확한 발전 전략과 실천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객관적인 분석과 목표, 그리고 실천력이 부족한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이 초기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자만심에 빠져 사라져 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왕조의 흥망성쇠와 같이 100년을 가는 기업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자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2천년전의 제갈량과 같이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은 자신의 목표와 자신의 방향을 잘 설정했는지 그리고 이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