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21세기 중국의 빛과 그림자 59 중국의 만리장성과 동북공정(東北工程)

Author
ient
Date
2018-01-09 10:14
Views
434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2.06.20 20:06:09

중국 허베이성(河北省)의 끝자락에 진황도(秦皇島)란 도시가 있고 거기에 가면 만리장성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에서 시작하는데 그 출발점을 용머리(老龍頭)라고 하며, 이곳은 산과 바다가 같이 만난다고 ‘산하이관(山海關)’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곳 산하이관에는 ‘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이라고 크게 글자가 쓰여 있고 만리장성의 동쪽 시작점이다.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2천7백 50킬로미터를 가면 깐수성(甘肅省)의 쟈위관(嘉峪關)을 만나게 된다. 즉 산하이관에서 쟈위관까지의 성벽을 우리는 만리장성이라고 부른다.

만리장성은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하던 당시 중국이 흉노족과 몽고족 등 북방 민족의 잦은 침입을 막기위해 춘추전국 시대부터 건설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진시황이 중원을 통일한 후 본격적으로 흩어진 성벽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만리장성의 대부분은 당시 몽고족의 침입을 두려워하던 명나라 시대에 축조된 것이다. 축조기술이 빈약했던 당시에는 주로 인력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모르며 이와 관련한 많은 전설이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만리장성이 북방 민족들을 막기 위해 건설되었지만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고, 결국 중국 동북지역에 근거지를 둔 만주족이 산하이관을 넘어 베이징을 점령하고 청나라를 건국했다. 이후 청나라가 멸망하고 동북지역이 중국의 영토로 귀속되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중국이 점차 안정을 찾고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자 자신의 역사를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단순한 주장을 넘어서 아예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만리장성 이북 지역에 대해서는 ‘동북공정’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동북공정이란 중국의 국경내에 있는 모든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역사 조작 작업으로 정식 명칭은 ‘동북지역의 역사와 현황 프로젝터(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다. 이 프로젝터를 통해 중국은 동북지역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에 편입시키고자 논리적 근거를 만들고 있다.

수나라의 왕은 자신의 북방에 위협이 되는 고구려를 수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공격하였으나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에서 겨우 수천명만이 도망갈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수나라는 멸망하였고, 이어서 건립된 당나라때 역시 당의 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고구려를 공격하였으나 한쪽 눈만 잃은 채 패주하였다.

누구에게나 아픈 과거와 기억은 있을 수 있으며, 그리고 이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하는 것이 기본적인 습성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자국을 침입했던 북방민족의 영토를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것으로 융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아픈 기억을 지워왔다.

이제는 만리장성의 길이를 옛 고구려 성토를 포함해서 2만킬로가 넘는다고 억지스러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 모두 자신의 역사이고 영토라는 중국의 속내를 가만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징기스칸이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중국인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수양제를 격파한 을지문덕장군과 당태종의 20만 대군을 물리친 안시성의 양만춘 장군도 중국인이란 논리가 성립된다.

사람이나 국가나 모두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아전인수식의 발상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될 것이다. 지금 만리장성에 대한 재해석과 동북공정은 중국이 자신의 부끄러운 탐욕의 치부를 들어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