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56 비즈니스 삼국지 - (37) 사마의가 여자 옷을 입은 사연

Author
ient
Date
2018-01-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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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37) 사마의가 여자 옷을 입은 사연

삼국지에서 가장 뛰어난 지략가로 제갈공명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예리한 통찰력과 냉정한 판단력, 그리고 기문둔갑도 사용하여 백전백승을 거두는 인물로 묘사되는 제갈량에게도 호적수가 있었다. 겉으로는 볼 품 없었으나 대단한 지략을 갖춘 인물로 사마의(司馬懿)가 바로 그 사람이다.

사마의의 가장 큰 공로는 제갈량의 북벌을 막아냈다는 것으로 만약 사마의가 없었다면 제갈량이 삼국통일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사마의는 이후 위나라의 군대 통솔권을 쥐게 되었고 결국 훗날 자신의 둘째 아들인 사마소(司馬昭)가 삼국을 모두 멸하고 서진(西晉)을 세우게 되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중국에 “屈以爲伸, 讓以爲得, 弱以爲强(굴이위신, 량이위득, 약이위강)”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신을 굽힘으로 힘을 키워가고, 양보를 통해 얻으며, 약함으로 강함을 이긴다”라는 말이다. 사마의가 제갈량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지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이 6번째 기산(祁山)을 나와 오장원(五丈原)에서 위나라와 대치하였다. 이때 사마의는 제갈량의 지모가 높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장수들에게 수비를 철저히하고 절대 맞서 싸우지 않으면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자고 하였다.

사마의가 움직이지 않자 촉나라 군사들은 양식만 소모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피동적 상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제갈양은 여자의 옷을 상자에 담아 사마의에게 보내도록 하였다. 사마의는 상자를 열어 여자의 옷을 본 후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거기다 제갈량은 편지에 숨어만 있고 나오지 않으니 당신은 여자와 다를게 없다라는 내용을 적어서 보냈다.

사마의는 마음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제갈량이 내게 여자 옷을 보냈구나” 하고 웃으면서 전령에게 제갈량의 소소한 일상만을 물었다. 전령은 승상께서는 매일 밤낮으로 일하시고 작은 일도 다 직접 관장하십니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사마의는 제갈량이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이 이렇게 많으니 얼마나 갈 수 있을까라고 하면서 더욱 수비만 하고 출정을 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이 말을 전해듣고 탄식을 하면서 상대가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구나고 하였다. 결국 오랜 대치 끝에 제갈량은 병이 들어 오장원에서 죽게되고 촉나라 군대는 다시 회군할 수 밖에 없었다.

위나라의 조정에서는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이러한 모욕을 당하면서도 싸우지 않자 겁쟁이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마의는 “장수는 전쟁터에서 임금의 명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將在外, 君命有所不受)”라고 하면서 제갈량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사마의의 이러한 전략과 태도는 삼국지에서도 유명한 장면의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의 리더들에게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은 단순한 감정이나 한 부분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자신과 적, 그리고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신의 실력이 상대방보다 못한대도 불구하고 자존심이 상하거나 욕심이 나서 달려든다면 곤경에 처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사마의는 그렇게 치욕적인 모욕을 당함에도 만약 전투에 임할 경우 불리해지는 것을 알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이를 응대해 나갔다. 한순간의 모욕은 장기적인 승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며, 이를 극복한 사람만이 승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