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54 비즈니스 삼국지 - (35) 장비(張飛)가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다

Author
ient
Date
2018-01-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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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35) 장비(張飛)가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다

삼국지에서 가장 성격이 급한 장수를 말하라면 장비가 빠지지 않는다. 일반인의 기억속에 장비는 호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손에는 뱀의 모양을 한 창인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들고 있는 무서운 표정이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 장비는 술을 좋아하고 술로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비의 급한 성격과 술 마시는 것을 그의 최대의 약점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장비는 술만 마시면 반드시 취했고 취하고 나면 사람을 때리거나 혹은 일을 잘못 처리하기 일쑤였다. 유비가 장비에게 서주(徐州)를 지키라고 하면서 절대로 술을 먹지 말라고 명령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유비가 떠나자 바로 술을 마시고 부하를 때리는 나쁜 습관이 또 발동하였고, 그 결과 여포가 기회를 틈타 서주를 점령하기도 하였다.

유비가 황제가 된 이후 장비에게 파서(巴西) 지역을 지키도록 하였다. 장비는 조조의 장군이었던 장합(張郃)의 군대와 싸워 이겼는데, 장합은 자신의 군대를 퇴각하여 산위에다 진지를 구축하고 버티기 시작했다.

장비가 장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욕을 하고 아무리 공격을 해도 장합은 자신의 진지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50여일이 지나자 장비도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두 진영의 대치 기간이 길어지자 장비는 장합의 진지 앞에 자신도 진을 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매일 술을 마시고 밖으로 나와 장합을 욕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유비는 놀라 제갈량을 불러 대책을 상의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오히려 웃으면서 황궁의 좋은 술 50동이를 마차에 싣고 장비에게 전해주도록 하였다. 유비는 이러한 제갈량의 지시에 놀라 장비는 원래 자신의 동생이지만 술만 마시면 문제를 일으키는데 어찌 술을 보내는가하고 물었다.

제갈량은 웃으면서 장비가 일부러 장합을 유인하는 계책이라고 하자 유비는 그때서야 안심을 하고 술을 보내도록 하였다. 장비는 제갈량을 보낸 술을 진지 앞에다 두고 큰 북소리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장합이 진지에서 내려다보니 장비가 부하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장합을 비웃고 있었다.

이에 격분한 장합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밤에 장비의 군대를 공격하기로 결심하였다. 장합의 군대가 기습을 하였으나 장비는 여전히 등을 밝게 켜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장합이 앞장서서 공격하면서 장비를 창으로 찔렀는데 사람이 아니라 허수아비였다. 놀란 장합이 도망가려고 하자 곳곳에서 매복해있던 장비의 군사들이 뛰쳐나왔다. 장합이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이미 장비의 군사들이 산위의 진지를 점령하였고 장합은 자신의 군사를 모두 잃고 간신히 도망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상대방을 판단할 때 상대방에 대한 소문이나 경험을 통해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장비가 술을 먹으면 실수를 한다는 것을 장비도 알고 장합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장합은 평소의 생각대로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장비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역이용해서 상대방에게 오판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중국 속담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人無完人)”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모두 약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파악하고 상대방이 이용하려할 때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이용해 상대방을 이길 수도 있다. 바로 장비가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장합에게 역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할 경우 타성에 젖어 이전의 경험만을 가지고 쉽게 판단할 경우 오히려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