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21세기 중국의 빛과 그림자 51 닝보의 ‘제6차 한·중·일 외무장관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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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nt
Date
2018-01-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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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2.04.12 16:04:25

닝보라는 도시의 이름이 조금은 생소한 지명이지만, 중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도시이다. 단순하게 도시의 규모만 보아도 저쟝성(浙江省)의 성도인 항조우(杭州) 다음의 큰 도시이고, 중국에서 화물 물동량이 가장 큰 항구도시로 장강삼각주(長江三角洲)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닝보는 이미 당나라 시기(唐代)부터 “해상실크로드(海上絲綢之路)”의 출발지로 알려져 있었고, 중국 근대사의 시작인 아편전쟁 이후 청나라 정부가 영국에게 개항한 5개 항구의 하나이기도 하다. 항구도시인 닝보는 고대로부터 상업의 중심이었고, 일찍이 서양과의 무역을 기초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닝보 사람들은 장사에 아주 능하다고 소문이 나있다. 닝보 사람들의 특징은 중국내에서도 사업에 있어서 굉장히 영리하고, 모험정신이 강하고 동시에 겉모습만으로는 절대로 그 사람의 재산을 알 수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절대로 내색하지 않는(富而不露)”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말은 닝보 사람들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들린다.

이러한 닝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닝보에서 ‘제6차 한중일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한중일 3국의 외무장관 회의는 2007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해마다 각국을 돌며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경주에서 개최되었으며, 주로 당사국들간의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의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겐바 고이치로 외무대신, 그리고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이 참석하였다. 작년의 주된 이슈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처리 문제였고, 올해의 주된 이슈는 역시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계획과 다음달에 있을 한중일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하여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국제사회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중국측의 반응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 원칙론을 되풀이 하였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북한이 발사를 감행하면 긴밀히 협의해 대응하자고 하면서도, 동시에 “당사국들은 대국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외교적 채널을 통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사태를 풀어야 한다. 또한 당사국들은 긴밀한 소통과 조화를 통해 지역의 안정을 유지해야 6자 회담을 추진하는데도 건설적 작용을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중국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가장 좋은 것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지 않는 것이고 이를 위해 자신도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경우에도 미국이나 한국 등이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이러한 원칙론은 ‘천안함 사건’이나 90년대의 ‘북핵 위기’때와 비교해도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북핵 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의 공동대응에 대해 중국은 만약 북한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제재가 있을 경우 “수수방관 하지 않겠다”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인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한의 ‘광명성 발사’에 반대하지만, 만약 발사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어떠한 물리적인 제재에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명확하게 ‘두 개의 한국 정책’으로 구분하여,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정치적으로는 북한 편들기라는 이 원칙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번 닝보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보여준 중국 외교부장의 태도에서 자꾸 닝보 사람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떠오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