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인의 지혜 134 삼십육계(三十六計) - 敗戰計

Author
ient
Date
2018-01-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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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4.03.26 15:33:36

- 제36계 : 주위상계(走爲上計):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원문 : 全師避敵. 左次無咎, 未失常也. (전사필적. 좌차무구, 미실상야)
번역 : 강력한 상대를 만났을 때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후퇴해야 하는데, 이것은 병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36계 줄행랑’이라고 자주 표현하는 그 계책이 바로 36계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계책이다. 많은 사람 들은 이 계책이 단순히 도망간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사실 병법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계책은 ‘남제서, 왕경칙전(南齊書, 王敬則傳)’에서 유래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자신의 실력으로 상대 방을 이기지 못할 때 퇴각하는 것이 상책이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와 유사한 내용들을 중국의 많은 병법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구상할 때 반드시 성공의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야 한다. 만약 적이나 상대방과의 실력을 견주어 볼 때 자신이 개관적으로 훨씬 열세에 있을 경우 단순한 자만심이나 오기로 적과 정면충돌을 해서는 안된다. 그럴 경우 백전백패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진격과 후퇴할 때를 알아야 한다 (知進知退)”, 왜냐하면 이를 통해 자신의 세력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走)’라는 개념은 단순히 도망 간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열세로 되어 있는 상황을 전환시 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자신의 세력을 보호하고, 실력을 축적하여 재기를 노리는 것이 더 크고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한다.

춘추 시기의 일이다. 당시 패권을 노리고 있던 초나라가 진(晋)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그 속국인 조(曹)나라를 공격해왔다. 당시 진나라의 왕이던 문공은 전세를 분석해보고 초나라가 강하고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알았 고, 이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선 후퇴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겉으로는 이전에 초나라가 진 나라에게 예를 갖추었기 때문에 자신들도 예를 갖춘다고 하면서 90리를 후퇴하였다. 동시에 문공은 황하와 태행산을 중심으로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제나라에 원조를 청하였다.

초나라는 이렇게 후퇴하는 진나라를 보고 자신에게 겁을 먹은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우습게 보았다. 초나라가 공격을 시작하자 진의 문공은 초나라의 좌, 중, 우의 3군을 분석하였고, 그중 우군이 가장 약하다 는 것을 알아차렸다. 초나라의 공격에 수차례 퇴각하면서도 자신의 실력을 보존하면서 적을 포위하는 계책을 사용하였다. 초나라의 핵심 주력을 우선 자신들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진격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가장 약한 우군을 공격하여 초나라의 주력군도 함께 포위하여 섬멸하였다.

진나라는 몇 차례의 후퇴를 통해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강력한 상대방과 마주칠 때 택할 수 있는 것은 3가지 방법이 있다. 투항을 하거나 화해를 하거나 후퇴를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비교해보면 투항은 완전히 실패하는 것이고 화해는 절반의 실패를 의미한다. 실력을 보존하면서 후퇴하는 것은 실패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를 통해 패배를 승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동적인 후퇴는 적을 유인하고 유리한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전진을 위한 후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핵심은 어떻게 후퇴할 것인가와 언제 후퇴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충분히 있어야 하며, 기다리는 인내심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