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39 비즈니스 삼국지 - (20) 제갈량의 과로사: 권력의 분배

Author
ient
Date
2018-01-09 13:48
Views
359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20) 제갈량의 과로사: 권력의 분배

삼국지를 읽다가 가장 안타까운 대목을 꼽으라면 관우의 죽음과 제갈량의 죽음을 들 수 있다. 제갈량은 유비가 죽은 후 그 유업을 받들어 출사표를 던지고 수차례 북벌을 단행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자신은 오장원(五丈原)에서 병들어 죽고 만다. 제갈량의 죽음에 대해 훗날 두보(杜甫)를 비롯한 많은 시인들이 이를 안타까워하는 시들을 남겼고 지금도 중국 사천성의 청두(成都)에는 제갈량을 기리는 무후사(武侯祠)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제갈량은 출사표에서도 말했듯이 유비의 죽음 후 불철주야 쉬지 않고 일했고 무리하게 업무를 보았기 때문에 점차 몸이 쇠약해졌다. 당시 제갈량의 가장 큰 적수이던 사마의(司馬懿)가 촉나라에서 온 사신에게 제갈량의 업무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사신은 제갈량이 밤낮으로 일하고 크고 작은 일을 직접 다 챙기시고 있습니다고 대답하였다.

이 얘기를 들은 사마의는 “모든 일을 직접하고, 음식을 챙기지 않고 일만하니 얼마남지 않았구나”라고 이야기 하였다. 실제로 제갈량은 자신의 몸을 혹사하여 54세의 나이에 오장원에서 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게된다. 제갈량이 모든 일을 자신이 일일이 다 챙기는 것은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

당시 제갈량은 군대를 통솔하고 또 재상의 지위에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재상으로서 국가의 큰 계획과 방향을 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밑에 사람들이 일처리하는 것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작은 일조차 직접 관장하고 처리함으로서 자신의 몸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이를 보다 못한 부하들이 제갈량에게 작은 업무는 내려놓으라고 권고를 하였다. 제갈량은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나 선제(유비)가 내게 준 임무가 중하다. 다른 사람이 나만큼 하지 못할까 두려워 내가 직접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자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제갈량의 마음을 읽은 부하들의 안타까운 마음에도 결국 제갈량은 스스로 병들어 죽고 말았다.

모든 조직에는 분업이라고 하는 것이 있고, 각각의 맡은 바 책임이 있다. 지도자는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또 그것이 잘 진행되는 것을 관리 감독만 하면 되고, 작은 부분은 그 일을 맡은 실무자들이 처리하면 된다. 그럴 때 조직은 마치 톱니 바퀴가 서로 맞물려 움직이듯이 잘 돌아가 업무의 효율이 향상되고 조직이 발전하게 된다.

제갈량과 같이 큰 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혼자 다하게 되면 첫째는 자신의 몸이 상하게 되고, 둘째는 부하 직원들이 단련하거나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게 된다. 그래서 제갈량이 죽고 난 후 그 후계자가 잘 준비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월트 디즈니에게 누군가가 “당신은 미키마우스를 그리십니까?”라고 묻자 “아니요,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고 “그러면 당신은 무엇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한 마리 꿀벌과 같이 회사의 곳곳을 돌아 다니면서 꽃가루를 수집하고 직원들에게 힘을 내라고 격려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디즈니의 이야기와 같이 관리자와 지도자는 자신들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그 일을 밑에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하며,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현명한 지도자는 중요한 결정사항은 자신이 해야 하지만 작은 부분은 직원들이 하도록 권한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제갈량의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제갈량과 같이 뛰어난 지도자도 업무 분장과 권한 분배를 할 줄 모르면 큰 성공을 이루어 내기가 어렵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