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21세기 중국의 빛과 그림자 53 중국 권력투쟁의 ‘신 삼국지’

Author
ient
Date
2018-01-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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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basis63@hotmail.com
출처: 평안신문, 승인 2012.04.26 10:22:31

중국 후베이성(湖北省)의 우한(武漢)은 챵장(長江:양쯔강)의 중류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적벽(赤壁)이 있다. 우리가 한번쯤은 읽어본 삼국지에서 조조의 위(魏)와 유비의 촉(蜀), 그리고 손권의 오(吳)가 사생결단을 한 곳이 바로 적벽이고 그 전투를 적벽대전(赤壁大戰)이라고 한다. 이 전투에서 삼국을 통일하려던 조조는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게 패하고 삼국이 일정기간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유지하게 된다.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으로 촉발된 상해방과 태자당, 그리고 공산주의 청년단의 세 파벌은 올해 10월에 있을 중국 공산당 18차 전당대회에 누가 권력을 장악할 것인가를 두고 새로운 삼국지를 전개하고 있다.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마치 삼국지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죽기 살기(生死我活)’의 전투가 매일 매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삼국지와 빗대어 본다면, 현재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청년단이 조조의 위나라, 이에 맞서는 상해방과 태자당은 오나라와 촉나라 정도 될 듯하다. 이번 보시라이 사건의 배후에서 벌어지는 ‘신 삼국지’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최근의 언론에 매일 등장하는 중국 권력 투쟁의 실체를 보는데 유익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선 상해방은 천안문 사건 이후 권력을 장악한 장쩌민(江澤民)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장쩌민을 중심으로 상하이에 기반을 두고 중국 권력의 핵심에 진출한 인물들이다. 동시에 이들과 현재 연합하고 있는 태자당은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에서 공을 세운 혁명 제1세대의 후손들로 현재 약 4,000명 이상이 중국의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핵심요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현재 실권자인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은 ‘공산주의 청년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14세에서 28세의 연령층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한 세력으로 공산당의 기층조직에서는 탄탄한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2년 후진타오가 권력을 잡은 이후 10년간 이들의 세력은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이후 상해방과 태자당은 합종연횡을 통해 후진타오의 세력에 대해 대항하기 시작하였다. 그 대항의 최전선에 보시라이가 배치되었으며, 보시라이는 이번 18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조우융캉(周永康)으로부터 중국의 사법과 공안, 그리고 안전국(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정법위(政法委) 서기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었다.

이에 위기를 감지한 후진타오는 이미 작년 말부터 보시라이의 측근인 왕리쥔의 약점을 캐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이를 이용해 보시라이를 낙마시키고, 조우융캉을 끌어내려 차기 정권에서의 위협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지속시키려 하고 있다. 이미 보시라이와 그 측근 39명을 구금하고 추종세력을 소탕하고 있으며, 특히 군부 내에서 보시라이와 우호적 관계에 있는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

후진타오에 역습을 당한 상해방과 태자당은 상하이에 머물고 있던 후견 세력인 장쩌민을 베이징으로 데려와 최후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장쩌민은 자신의 오른팔인 조우융캉의 실각은 바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해방과 우호세력인 태자당의 동시 몰락이라는 위기 상황이라 인식하여 85세의 노령에도 베이징을 방문하여 필사적인 대항을 하고 있다.

위, 촉, 오의 삼국이 벌였던 적벽대전의 그 곳에는 몇 명의 관광객들만 스산하게 지나고 있어 과거의 덧없음을 느끼게 하는데, 중국 권력층의 새로운 삼국지는 세월의 무상함을 깨닫지 못하고 어차피 지나갈 오늘의 권력을 위해 피나는 전투를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