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 길위에 길을 묻다(28) -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

Author
ient
Date
2018-10-04 15:16
Views
669
지금 세계경제에서 우위를 다투던 두 마리의 맹수가 닥치는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 싸움에 그 누구도 말리려고 하거나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최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당선된 트럼프와 중국 굴기를 외치며 장기 집권을 준비한 시진핑의 진검 승부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신의 경제적 손실이 중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판단한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누적된 경제적 적자가 중국의 의도적인 환율조작과 불공정무역으로 인해 시작되었고 자신들의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에 무역전쟁에 불을 붙였다. 스토롱맨을 자처하는 트럼프는 기전의 무역관행을 모두 무시하고 15%에서 25%에 달하는 엄청난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에 약 5천억불을 수출하고 미국은 중국에 1500억 불을 수출함으로써 그 규모가 상대가 되지 않고 있다. 비록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 보복관세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파괴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미 중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충격에 모든 경제적 지표가 하락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도산에 직면할 것이라는 소식이 대중매체를 뒤덮고 있다.

얼마전 열린 북대하 회의에서 중국의 지도자들이 모여 미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임전무퇴를 선언하였으나 중국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해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엄청난 기업부채와 국유기업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준 은행권의 부실이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경제적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경제적 압력은 시진핑 정부의 정당성과 통치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중국 지도부에 조금씩 싹트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장기간 집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경제적 성과에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국이 진정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불균형한 양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는데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세계무대에서 양국의 총성없는 전쟁의 서곡인지도 모른다. 2차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주역은 미국과 이를 지지하던 서방세력이었다.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이제 미국을 곧 능가할 만큼의 세력으로 성장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과 서방은 더 이상 중국의 성장을 받아 들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칼을 빼들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입장에서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일대일로 정책은 미국과 서방의 국제질서를 완전히 재구성하겠다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만약 이 정책이 성공할 경우 미국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고 패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4차산업혁명에서의 핵심적 기술을 중국이 빠르게 따라오고 있어 이를 차단할 필요성도 대두했다.

인공지능, IOT 등 미래의 핵심 기술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이름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오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지금 중국을 꺽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파악하고 중국의 가장 약한 고리인 무역을 타겟으로 삼은 것이다.

이 두 강대국의 무역전쟁의 불똥은 공급체인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우리에게도 튀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많은 제품을 완성하는 부품이 바로 한국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70%가 부품이나 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무역보복으로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중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한국 경제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의 경제에 두 마리의 사나운 맹수들의 싸움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 ☎ 010-7149-8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