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47 비즈니스 삼국지 - (28) 제갈량의 후퇴

Author
ient
Date
2018-01-09 13:58
Views
398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28) 제갈량의 후퇴

우리 속담 중에 ‘참을 인이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다. ‘인(忍)’자는 ‘칼 밑의 마음’으로 참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글자로도 알 수 있다. 중국에도 “한번 참으면 바다의 풍랑이 고요해지고, 한번 후퇴를 하면 바다와 하늘이 열린다(忍一步風平浪靜, 退,一步海闊天空)”라는 말이 있다. 자존심을 죽이고 후퇴한다는 것이 참는 것 보다 더 어렵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자존심과 자만심으로 자신들과 기업 심지어 국가를 망하게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져온다. 그럼에도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그만큼 참는 것과 후퇴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의 손자병법 뿐만 아니라 많은 병법들이 후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승리하거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보를 하고 상대방의 뜻을 따른 후에 자신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 즉 수비를 공격으로 바꿀 수 있는 대범함이 있어야 한다.

이 전략을 대표적으로 성공시킨 사람이 바로 제갈량이다. 제갈량은 후퇴를 통해 촉을 지킬 수 있었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한중(漢中)를 점령하자 막 성도(成都)에 거점을 정한 유비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되었다. 조조는 공격을 계속하여 사천의 동쪽 지역을 점령하고 합비(合淝)란 곳에 군대를 배치했다.

제갈량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촉이 점령하고 있던 강하(江夏), 장사(長沙), 계양(桂陽) 등 세 곳을 손권의 오나라에게 넘겼다. 어렵게 얻은 지역을 넘겨주는 것이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더 먼 미래를 위해 과감히 이 지역에서 군사를 철수하였다. 이 세 지역을 받은 손권은 합비에 있는 조조의 군대와 직접적으로 마주보게 되었다. 그러자 자신이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합비를 공격하였고, 조조의 군대는 마치 등에 칼을 맞은 듯 후퇴하였다.

겉으로만 보면 제갈량이 촉나라의 땅을 넘겨주는 행위가 비겁하고 겁먹은 듯했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중국의 속담중에 “푸른 산을 남겨두면 땔감 걱정을 하지 않는다(留得靑山在, 不怕沒柴燒)”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후퇴라는 단어에 대해 겁쟁이나 비겁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전략적 측면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보존하고 앞으로 전진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 유비의 촉나라는 손권의 오나라와 관계가 악화되어 있었는데 만약 자신이 후퇴하지 않는다면 조조와 손권을 모두 적으로 맞아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내하고 아까운 자신의 부분을 떼어 줌으로서 수세적 지위에서 공세적 지위로 바꿀 수 있었다.

제갈량의 퇴각은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가져왔다. 첫째는 손권으로 하여금 조조를 공격하게 하였고, 조조의 주력군이 합비를 방어하기 위해 이동함으로서 유비가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둘째는 조조와 손권이 합비에서 전투를 하는 동안 유비는 사천을 지키고 자신의 정권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셋째는 유비와 손권이 형주(荊州)를 둘러싸고 있었던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고 동맹을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제갈량의 후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든 일은 반드시 대국적인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보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고 참아야 할 때도 있다. 모래를 손안에 쥐고 놓치 않으려고 힘을 주면 줄수록 손에 든 것이 적어진다.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일을 할 수 없고, 어떤 때는 잃는 것이 얻는 것일 수도 있다. 참고 퇴각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지혜이고 또한 더 큰 성공의 열쇠일 수도 있다. 우리도 스스로의 인내심과 지혜를 돌이켜봐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