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37 비즈니스 삼국지 - (18) 손권의 사과 :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지도자

Author
ient
Date
2018-01-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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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18) 손권의 사과 :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지도자

중국어 속담에 “사람이 성인이 아닌데 어떻게 잘못이 없겠는가?(人非聖賢,孰能無過)”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언제든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실수나 잘못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가나 기업, 개인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적벽대전(赤壁大戰) 이후 오나라의 손권(孫權)은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하루는 조조(曹操)의 군대와 전투가 벌어졌는데 손권이 가장 앞서서 적진을 향해 돌격했다. 이를 본 부하 장수는 “주공께서 젊고 자신감이 넘쳐 적을 무시하고 선봉에 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전투에서 적과 직접 싸우는 것은 주공이 할 일이 아니라 장수들의 몫입니다. 주공은 더 큰 계획을 세우고 왕으로서의 기개를 갖추어야 합니다” 라고 건의하였다.

손권은 이 말을 듣자 바로 머리를 숙였다. 일전의 전투에서도 장수가 손권을 보호하다가 전사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손권은 자신의 부하에게 “이것은 나의 잘못이니, 앞으로는 다시는 이렇게 충동적이지 않겠소” 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또 하루는 술을 좋아했던 손권이 신하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가 끝나갈 무렵 손권은 대신들에게 술을 한잔씩 따러주고 있었다. 오번이란 신하의 차례가 되었을 때 오번은 갑자기 취한 척하면서 땅에 엎드려 손권의 술을 받지 않았고, 손권이 자리로 돌아가자 자신도 일어나 앉았다. 이를 본 손권은 화가나 칼을 빼어들고 오번을 죽이려고 하였다.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데 유기란 대신이 손권을 붙잡고 “대왕이 술을 드시고 화가 난다고 신하를 죽이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라고 만류하였다. 손권은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조조도 공융을 죽였는데, 내가 왜 오번을 못죽이나?”라고 소리를 질렀다. 유기는 “조조가 사람을 쉽게 죽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반대합니다. 대왕은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데 어떻게 조조와 비교를 합니까?”라고 나무랐다. 이 말을 들은 손권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오번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내가 잘못했으니 용서해주시오” 라고 사과하였다.

손권은 오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바로 깨닫고 신하들의 의견을 들어주었다. 잘못한 것을 알고 깨우치고 고칠 줄 아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많은 지도자들이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훗날 이로 인해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이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주위에도 직장에서 상사가 자신이 할 일과 부하 직원이 할 일이 나누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소소한 것까지 간섭하고 나섬으로서 사무실의 분위기를 망쳐 놓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지도자나 최고 경영자가 이럴 경우 부하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심지어는 복지부동의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자신만이 옳고 부하 직원들의 건의나 의견을 무시하는 사례도 자주 볼 수 있다. 아랫 사람을 무시하고 고집을 부릴 경우 겉으로는 따르는 척 하겠지만 구성원들의 진정어린 마음을 얻을 수 없고 그 조직의 발전에도 저해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나 리더는 “잘못된 것을 알고 고치는 것은 결코 늦지 않다” 라는 섹스피어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군자가 잘못을 범하는 것은 일식(日食), 월식(月食)과 같은 것으로,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단 잘못을 고쳤을 때 사람들이 존경하게 된다(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 라는 말을 가슴속에 깊이 새긴다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고 따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