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 길위에 길을 묻다(10) - 우루무치(烏魯木齊 Urumuqi): 실크로드의 주인공을 꿈꾸는 곳

Author
ient
Date
2018-04-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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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우루무치,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육상실크로드에서 중국의 서쪽 끝에 위치한 신장성(新疆省)의 수도이며, 서부대개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우루무치에 도착하는 순간 이곳은 중국이 아니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이다. 사람들의 생김새와 의복, 그리고 곳곳에서 이슬람을 상징하는 포스트와 모스크들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루무치 지역은 중국과는 워낙 떨어져 있는 곳이었고 중국인에게 이곳은 만리장성의 끝인 가욕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이국땅이었다. 그러나 후에 몽골의 침략을 받았고 이후 청나라 시기에 이 지역을 점령하여 중국의 영토에 편입되었다.
우루무치란 말은 몽골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으로 지금도 여름철에 우루무치의 시내를 벗어나면 사방에서 아름다운 경치와 목가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우루무치의 이국적인 정취에 취해 걷다 보면 ‘바자르’를 만날 수 있고 그 시장안에서 팔고 있는 제품들은 마치 터키의 이스탄불의 ‘바자르’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길거리에는 각기 다른 색의 눈빛과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이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지역의 인구는 약 250만명 정도 되며 모두 36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이 한족과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위그르족, 카사크족, 몽골족, 러시아족, 우즈베키스탄족 등 중동 지역의 많은 민족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 중국의 장안을 따라 만리장성의 끝을 넘어 서쪽으로 오면 만나는 낯선 이국땅이었다. 많은 중국의 상인들은 여기까지 오면 자신들의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서 중국 상인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실크와 자기 등의 물건을 전해주고 대신 서역의 이방인들에게 물건을 받아 다시 장안으로 길을 재촉했다. 여기까지 넘어온 상인들은 보다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사막을 넘어 목숨을 걸고 온 것이다.
우루무치 지역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바다에서 가장 먼 지역이며 인근에 있는 투루판은 세계에서 가장 해발이 낮은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 지역을 서쪽으로 향하는 교두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 우루무치에서 서쪽으로 가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기스탄, 파키스탄을 만나게 된다.
실크로드는 우루무치를 지나 중국의 국경을 넘어 이 국가들과 연결되어 유럽으로 계속 이어져 갔다. 중국이 ‘서부대개발’과 ‘일대일로’를 제창하면서 이 지역은 중국의 발전에 필수적인 곳이 되었고 많은 한족을 이주시켜 본격적인 ‘한족화(漢族化)’작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다른 문화와 다른 종교의 위그르인들은 한족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위그르인들은 ‘동투르크 독립 조직’을 만들고 집단적으로 중국 정부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는 무력으로 이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광물들을 동쪽 한족 지역으로 약탈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의 한족들은 부유해졌고 자신들은 가난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여 그 반발은 더욱 거세게 확대되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회유책과 강경책을 동시에 사용하였다. 이들에게 종교적, 문화적 자유와 경제적 혜택을 나누어주는 대신 중국의 영토에서 분리운동을 할 경우에는 무차별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다.
한족과 소수민족인 위그르족의 갈등이 첨예함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중국과 유럽을 이어주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요지임에는 틀림없다. 이 지역을 통하지 않고서는 고대의 실크로드와 지금의 ‘일대일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금 길이 통하면 그 갈등도 점차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박기철(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