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9, 2018

박기철 소장님 중국 칼럼

중국의 빛과 그림자 228 비즈니스 삼국지 - (9) 제갈량은 왜 유비를 선택했을까?

Author
ient
Date
2018-01-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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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
박기철(朴起徹) /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 국제교육통상연구소 소장
basis63@hanmail.net
출처: 평안신문

(9) 제갈량은 왜 유비를 선택했을까?

중국에 “바다가 넓어야 물고기가 마음껏 뛰어놀고, 하늘이 높아야 새가 마음껏 날 수 있다(海闊憑魚躍, 天高任鳥飛)” 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처해있는 위치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이나 기업에서 직원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여부는 업무환경과 리더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제갈량이 유비를 도와 삼국정립(三國鼎立)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갈량이 유비를 선택했고, 또 유비가 제갈량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제갈량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스스로를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나오는 관중(管仲)과 비교하였다. 그는 깊은 학식과 능력을 갖추고도 유비를 만나기전까지 자신의 진로를 두고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자신이 따를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산속에서 반은 은둔 상태로 지냈는데, 당시 상황은 각 제후들의 권력투쟁이 한창이었고 군주가 신하를 선택할 뿐만 아니라 신하 역시 군주를 택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제갈량이 택할 수 있던 군주는 조조(曹操), 손권(孫權), 유비(劉備)의 세명이 있었다. 먼저 조조의 경우 개인적인 능력도 뛰어났고, 천자를 데리고 있었고 제후들을 호령하였으며 이미 북쪽을 모두 점령하고 있었다. 많은 병력과 충분한 양식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인재들이 조조의 밑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조조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로 첫째는 조조 자신이 워낙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갈량을 높게 평가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둘째는 조조가 이미 많은 인재들을 데리고 있어 제갈량을 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셋째는 조조가 워낙 의심이 많고 성격이 복잡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오래된 친구도 죽일 수 있는 성격이어서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두 번째 주군으로 손권(孫權)을 들 수 있다. 손권도 문무가 뛰어나고 인재를 아끼는 지도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제갈량의 형인 제갈근(諸葛瑾)도 손권의 아래서 중용되어 제갈량이 충분히 갈 수 있는 자리였다. 적벽대전 이전에 오나라를 방문한 제갈량에게 그곳에 남기를 청했으나 이를 거절하였다. 그는 손권이 훌륭한 주군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의 도량이 제갈량의 계책을 들어준다는 보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선택은 바로 유비이다. 그는 조조나 손권에 비해 실력도 부족했고 항상 어려움에 처해있었고 자신의 근거지 조차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유비의 장점과 발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그를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그 이유는 유비가 한나라 왕실의 후예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 이 점이 조조보다 낫다고 판단하였다. 동시에 유비는 의리와 신의가 분명한 지도자였다. 아래로는 백성들을 덕으로 다스리고 인재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점에서 유비에게 마음이 끌렸다. 또한 유비의 밑에는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의 훌륭한 장수들은 있었지만 지략가는 없었다. 그러므로 기업으로 따지면 창업 초기의 상태로 제갈량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비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유비 역시 제갈량을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였다. 이후 제갈량과 유비의 관계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군신(君臣)의 관계를 넘어서 ‘물과 물고기의 관계(魚水關係)’가 되었다. 유비가 제공한 환경에서 제갈량은 거대한 경쟁자였던 조조와 손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기업과 조직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조직원들의 능력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변수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만약 조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이나 조직은 결코 어느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다.